엔고가 장기 추세로 굳어질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달러 약세가 구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 엔화 강세의 원인을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약화 등과 함께 '달러 매도'가 주류로 부상한 현 금융시장 환경에서 찾고 있다. 위험선호 투자가 부상한다면 달러화와 동일한 도피자산인 엔화도 약세를 보여야 하지만 경향은 오직 달러 약세만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시장 참여자들은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90엔 가까이 다다르면 달러를 되사는 포지션을 보여왔으나 현재 달러화는 하락 압력을 계속 받으며 14년 만의 장중 저점인 올 1월의 87.13엔으로 접근하고 있다. 니헤이 요흐 도카이증권 중개그룹 매니저는 "달러 하락은 계속될 것 같고 엔이 90선을 깰 것 같다"며 "현 타깃은 전저점인 87엔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엔화 강세는 중국발 수출로 올 상반기 회복의 빌미를 마련했던 일본 경제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대형 수출업체들은 엔고를 피부로 느끼는 마지노선을 달러당 95엔선으로 보고 있고 올해 엔ㆍ달러 평균 환율을 94.85엔선으로 예상했었다. 특히 엔화 강세는 위축되고 있는 미국 수출보다는 중국행 수출에 더 큰 악영향을 주며 일본 경제의 안정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상반기 4조4,400억엔(488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3조8,600억엔)과 유럽(3조3,400억엔)을 넘어섰다. 경기침체 이후 올 상반기 들어 미국 수출은 48.9% 감소한 반면 중국은 32.1% 줄어드는 데 그쳐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된 상태다. 일본 주식시장도 벌써 경고음을 내고 있다. 14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난주 말 종가 대비 2.32% 하락했다. 시장이 하락세를 지속하면 투자자들은 국채로 몰리게 되고, 그 결과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며 달러 가치 하락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