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군부 쿠데타로 점철돼왔던 파키스탄은 건국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총선 출마자와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탈레반의 폭탄 테러가 잇따르고 연립정부 구성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진통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샤리프 PML-N 총재는 11일 밤(현지시간) 펀자브 주도 라호르 소재 자택에서 총선 승리를 선언하고 차기 총리에 오를 것이라 밝혔다. 1990년대에 두 번 총리를 지냈던 그는 "군부는 이제 정치에서 물러나야 하고 모든 정당이 파키스탄의 문제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소감을 표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중도 우파 이슬람 성향의 PML-N이 126석으로 압도적 1위를 굳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이슬람 야당인 파키스탄테흐리크-에-인사프(PTI)와 집권 파키스탄인민당(PPP)이 확보한 의석 수는 각각 34석, 32석에 불과했다. 2008년 선거에서 125석을 확보했던 PPP는 부패와 실정 탓에 3위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PML-N이 연방하원 342석의 과반수(172석)를 확보하지 못해 연정 구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정이 구성되면 경제부흥을 위해 필요한 각종 개혁과제의 수행은 더욱 느려질 수 있다.
1990년 총리직에 올랐던 샤리프 총재는 약 3년여 만에 부패 혐의로 굴람 칸 당시 대통령에게 해임됐다. 1997년 재차 총리가 됐으나 2년 뒤 페르베즈 무샤라프 당시 육군 참모총장의 쿠데타로 인해 투옥, 총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파키스탄인들이 혁명의 불확실성보다는 안정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라며 "하지만 새 정권도 우파 이슬람 보수주의에 기대고 있기는 마찬가지인데다 부패와 실정ㆍ폭력으로 얼룩진 역사를 끝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평했다.
로이터는 "샤리프 총재는 미국에 우호적 성향을 띠고 있지만 원조를 대가로 이슬람 혁명세력 대신 미국의 편에 섰던 기존 정책의 재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연정을 위해 이슬람 정당들과의 연합이 불가피한 만큼 파키스탄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더 복잡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총선이 실시된 11일 파키스탄에서는 정당 후보와 유권자를 노린 폭탄 테러가 잇따라 발생해 적어도 13명이 사망하고 61명이 부상했다. 선거유세가 시작된 지난달 중순부터 파키스탄탈레반(TTP)이 세속주의 정당 후보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폭탄 테러를 자행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관리하는 과도정부의 아리프 니자미 공보장관도 연방하원 의원 지역구 272곳 가운데 2곳, 주의회 의원 지역구 577곳 중 3곳의 투표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후 테러로 인한 사망자만 최소 127명에 달한다.
11일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의 한 교차로 부근에서도 아와미인민당(ANP) 후보를 노린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1명이 숨지고 36명이 부상했다. ANP는 집권 PPP, 무타히다카우미운동(MQM)과 연정을 구성해 최근 5년간 파키스탄을 이끌어온 세속주의 정당이다. 에사눌라 에산 탈레반 대변인은 카라치 테러 이후 AF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카라치 공격을 저질렀다. 더 많은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