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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이 중동 건설 현장에서 협력업체와 계약한 공사 대금을 100억원이나 후려치는 '슈퍼 갑' 횡포를 부리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건설업체인 성보씨엔이는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샤(Shah) 가스 개발 플랜트'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공사 완료 3개월이 지나도록 공사대금 중 약 100억원(975만 달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성보씨엔이 아부다비 법인은 지난 2011년 4월 공사에 착수, 지난해 12월 공정을 마무리한 상태다.
당초 이 공사는 지난해 7월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수차례 설계 변경으로 5개월 지난 12월말에야 공사가 끝났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설계 변경으로 추가 공정이 이뤄지면서 삼성엔지니어링 현지 직원이 작업지시서를 발급한 공정(약 1,300만 달러)과 구두로 작업 지시가 이뤄진 공정(약 800만달러)에서 총 2,1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게 성보씨엔이측 설명이다.
이에따라 성보씨엔이는 지난해말 삼성엔지니어링과 정산하는 과정에서 토목 공사 비용으로 5,140만 달러를 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이 회사는 삼성엔지니어링의 A 현장공사팀장으로부터 받은 최종 정산대금 내역(엑셀파일)을 제시했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지난 2월 본사 정산팀이 현지를 방문, 공사대금을 4,400만 달러로 공식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추가공정 중 구두지시 공사 비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토목공사 대금 4,750만 달러 중 유보금 10%를 제외한 4,275만 달러만 지급한 상태다. 그러나 나머지 대금에 대해선 "줄 게 없다"며 결제을 외면하고 있다.
조민구 성보씨엔이 상무는 "삼성엔지니어링 정산팀장이 본부장으로부터 하달된 지시라며 이메일을 보여줬는데 아부다비 가스 플랜트 공사의 적자분이 7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도급 업체들과 비용을 정산할 때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하라는 당부와 함께 성보씨엔이에 대해서는 4,300만 달러 이상 지급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엔지니어링이 자사가 입은 적자분을 털어 내기 위해 손실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하고 있다는 게 성보씨엔이측 주장이다.
권오석 성보씨엔이 회장은 "건설업계 관례상 본사의 위임을 받은 현장 소장의 책임 하에 정산한 금액에 대해 추후 본사에서 다시 정산하고 금액을 깎는 일은 없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100억원이나 되는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면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성보씨엔이 측은 건축공사 유보금(110만 달러)을 포함해 토목 공사 유보금(475만 달러), 미수령 금액(390만 달러) 등 총 975만 달러를 줄 것을 삼성엔지니어링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은 요구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제3의 중재기관을 통해 해결하라고 버티는 실정이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공사대금을 더 낮춰 4,200만~4,300만 달러를 협상 카드로 내민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건설 현장에서 토목 공사를 주로 하는 성보씨엔이는 연간 매출 1,400억원이며,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9조8,06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공사대금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공사관리팀 안복준 위원은 "작업지시서가 없이 진행된 공정에 대해 무조건 정산해 줄 수 없다는 게 회사의 공식 입장인 만큼 증빙 서류가 없다면 현장에 양사에서 실사를 나가 다시 정산하는 방법도 있으며, 제3의 중재 기관을 통해 협의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