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소중지 상태인 김씨는 SK 최태원 회장의 횡령 혐의 재판에서 사건 주요 당사자중 한 명으로 지목돼 온 인물이다.
1일 검찰과 법무부, 법원 등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지난달 31일 대만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청은 이같은 사실을 검찰과 법무부에 통보했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국교 관계가 단절돼 있어서 향후 신병 인도와 관련해 현재 법무부 및 검찰 등 수사 당국이 대만 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오늘 현지 공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아직은 영사업무 처리 단계라 향후 대만 당국과 송환 절차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고문은 지난 2011년 검찰이 SK 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기 전 중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됐으며 인터폴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 4월 29일 김씨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대만에 체류 중이던 김씨는 사건 당사자들과의 전화통화 녹음파일만 보낸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씨는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52) SK그룹 회장과 최재원(49) SK그룹 수석부회장의 범행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 등 2개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올해 1월 기소됐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 부회장은 이 자금을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를 통해 김씨에게 송금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SK해운 고문을 지낸 김씨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측이 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재판장도 지난달 11일 공판에서 “김원홍의 됨됨이가 어떤가는 사건을 심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는 “(김원홍은) 단순한 투자 에이전트가 아니며 최재원 부회장은 (그에게) 거의 복종할 정도”라고 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김 전 고문에 대해 ‘베일에 가려진 인물’, ‘주술인’ 등 갖은 소문이 무성하다.
최 회장 측은 최근 김씨를 검찰에 고소한 뒤 고소장을 양형 자료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최 부회장이 최근까지 김씨를 계속 만나온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지난달 16일 공판에서 “한 달에 한 두 차례 만났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대만에 가서 김 전 고문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반면 최태원 회장은 김 전 고문과 모든 관계가 단절됐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최 회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오는 9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 회장에게 징역 6년, 최재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그러나 최 회장 횡령 혐의에 연루된 핵심 관련자인 김 전 고문이 전격 체포됨으로써 선고를 앞두고 있는 최 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