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의 품질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이달부터 본격 도입된 ‘아파트 성능등급제’가 적지않은 시공비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같은 원가 상승분은 갈수록 치솟는 민간 아파트 분양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일 건설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아파트 성능등급제가 도입됨에 따라 대형 건설사가 분양하는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평당 20만~30만원 이상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파트 성능등급제란 층간소음ㆍ조경ㆍ실내공기질ㆍ소방 등 총 20개 항목을 평가해 1~4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분양공고에 명시하도록 한 제도다. 단일 블록내 2,000가구 이상 대단지부터 적용되며 오는 2008년부터는 1,000가구 이상 단지로 확대될 예정이다. 등급을 매기는 20개 항목 중 업체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원가 인상 요인이 비교적 크고 소비자 관심도 높은 층간소음과 실내공기질, 에너지성능 등이다. 층간 소음의 경우 최고 1등급을 받으려면 평당 9만~10만원의 공사비 추가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추산이다. 현재 아파트에 일반화된 벽식 구조로는 중량충격음 1등급을 받기가 어려워 기둥식(라멘) 구조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벽식 구조를 유지하면서 중량충격음 2등급에 만족한다고 해도 골조 밀도를 높이는 데 원가가 4만~5만원 이상은 더 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기둥식 구조로 설계할 경우 소음과 관련된 4개 항목 뿐 아니라 ‘가변성’ 항목에서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기둥식 구조를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단열효과를 따지는 에너지성능 항목에서도 만만치 않은 추가비용이 든다. 1등급을 받으려면 단열효과가 높은 고급 섀시를 쓰고 유리도 더욱 두껍게 해야 하는데 평당 15만원 이상이 추가 소요될 수 있다. 3등급을 받는 데도 10만원 이상이 든다.게다가 발코니 확장을 하면 단열 성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평당 확장비 100만~120만원에 더해 일부 에너지 등급 비용이 추가될 수도 있다. 실내공기질(환기성능)의 경우 초고층 주상복합에 쓰이는 공조 시스템과 필터 등을 써 1등급을 받으려면 5만원 이하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이 밖에 주민공동시설 등 생활환경과 조경 등의 항목은 주요 건설업체들이 이미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1~2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일조(빛환경)는 단지설계와 관련된 손대기 힘든 문제여서 높은 등급을 받으려 애쓸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림산업 설계부의 임중근 박사는 “20개 평가항목 중 조경 등 일부는 이미 1등급 수준으로 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최하등급인 4등급에 머물고 있거나 등급외인 경우도 있다”며 “모든 항목을 1~2등급으로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 호응이 높은 분야 위주로 기술수준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원가 상승분이 최종 분양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민간택지의 아파트의 분양가는 보통 엄밀한 원가계산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주변 시세 수준을 고려해 정해지지만 건설업체들은 원가 상승에 따라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등급제 의무적용을 받지 않는 중소 단지들이 우수 등급을 받은 뒤 고분양가 책정의 논리로 내밀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대형건설업체의 관계자는 “성능등급제는 주택 품질 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대부분 항목에서 크고작은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해 분양가에 반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는 성능등급제가 널리 정착되면 1,000가구 이상 단지에 적용하는 시기를 앞당기거나 1,000가구 이하 중소규모 단지에도 제도를 의무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