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한전부지 개발이익 환수 구멍] 용도변경 언급만으로 땅값 껑충… 다른 공기업서도 논란 예고

한전 최대 3조 불로소득에도 환수장치는 없어

종전부동산 매각 '사전협상제' 적용 확산 불보듯

환수 기준 시점·방안 손질 등 제도개선 대책 시급

서울시의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의 종 상향 방침 발표로 한전은 막대한 땅값 이익을 얻게 됐지만 이에 대한 환수 장치는 없는 상태여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영동권 마이스(MICE) 개발의 중심인 한전 사옥(왼쪽)과 주변 지역 전경. /권욱기자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는 그동안 수많은 개발압력이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계속 진전을 보지 못했다. 토지 소유주가 공기업이라는 점도 있지만 현재 제3종 주거일반지역의 용도지역 상태로는 고밀 개발이 불가능했다.

최근 서울시의 방침 발표만으로 이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시가 이 일대를 포함한 '영동권 마이스(MICE) 복합단지'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반상업지역으로의 종(種) 상향 허용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땅의 장부가액은 1조5,000억원 정도. 하지만 시가 용도변경 방침만 발표한 것으로도 매각 금액은 크게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업계에서는 상업지역 허용방침 발표만으로 한전이 땅값을 적게는 3조원에서 많게는 5조원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한전이 용도변경으로 얻게 되는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의 지가 상승분에 대해서는 이를 환수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의 개발이익환수제로는 개발부담금을 종전 땅 소유주인 한전이 아니라 이를 매입해 실제로 개발하는 민간사업자만 부담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행 개발이익환수제 아래서 적용되고 있는 환수 기준 시점 산정과 이전 기존 토지 소유자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 방안 마련 등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용도변경은 허용 방침 발표만으로도 엄청난 땅값 상승 효과를 낳는다"며 "공기업이라고 해도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이를 환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용도변경 '언급'만으로도 땅값 껑충=현재 삼성동 한전 사옥 부지 대부분은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도로에 접한 부분은 일반상업지역이지만 이는 전체 부지(7만9,000㎡)의 5%에 불과하다. 3종 일반주거지역의 법적 용적률은 200~300% 정도다. 하지만 800%로 용적률이 2~3배가 뛰면 얘기가 달라진다. 순식간에 고밀 개발이 가능한 금싸라기 땅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문제는 용도변경에 따른 막대한 시세차익 환수 방안이다. 시는 용도변경으로 늘어나는 이익의 최대 40%까지 '공공기여' 형태로 기부채납 받아 환수하는 '사전협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용도변경으로 가장 큰 이득을 얻게 되는 한전의 불로소득은 환수할 방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의 사전협상제도는 물론 현행 개발이익환수제가 최종 개발사업자에게만 개발부담금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이익 환수는 사업 완료 후 토지가격에서 사업인가 시점의 토지가격과 비용을 뺀 금액의 일정 비율을 기부채납 받는 제도다. 하지만 사전협상제도는 이미 사업계획 수립 이전부터 용도변경을 전제로 시와 민간 사업자가 협의에 나서기 때문에 개발계획 수립 이전부터 땅값이 뛰게 된다. 사업인가 훨씬 이전의 시점에 이미 땅값이 선반영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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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가를 받기 전 5년 이내에 용도변경이 됐을 경우 사업인가일이 아닌 토지 취득일을 기준 시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업시행자가 토지를 취득한 날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전 땅 소유주인 한전과는 무관하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사전협상제도에서는 이전 토지 소유자에게 일반적인 매매거래에 적용하는 양도세 부과 이외에 개발이익을 환수할 다른 장치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공기업 이전도 문제=전문가들은 한전의 사례가 다른 지방이전 공기업 부동산 매각 과정에서도 같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팔리지 않는 종전 부동산을 매각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사전협상제도'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도 '사전협상제도'를 지자체가 확대해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준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말 경기도 안양시는 연구시설용도로 묶여 있던 국토연구원 부지를 상업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한 뒤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자연녹지·일반주거지역과 같이 사업성이 떨어지는 종전부동에 용도변경을 전제로 한 사전협상제도를 적용하게 되면 상당수 공기업들이 단 한 푼의 기부채납 없이 엄청난 땅값 차익을 얻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장기 미매각 부동산은 정부와 지자체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한전부지와 비슷한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이전 공기업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58개 종전 부동산 중 상당수가 주거지역이나 자연녹지 상태다. 성남시 한국도로공사 부지가 대표적이다. 면적이 20만㎡가 넘는데다 판교신도시 바로 옆의 알짜 땅이지만 부지 전체가 자연녹지인 것이 매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도공 부지는 입지만으로 보면 미니 신도시급 개발이 가능한 곳"이라며 "만약 일반주거지역으로만 바뀌어도 엄청난 땅값 차익 발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전협상제도를 확대하기 전에 먼저 개발이익환수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사업에서도 집값은 사업 초기에 가장 많이 오르지만 개발부담금은 최종 소유자가 내도록 해 논란이 돼왔다"며 "개발 사업자는 물론 기존 토지 소유자도 용도지역 변경으로 시세차익을 얻었다면 이를 일정 부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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