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이 두루넷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에 됨에 따라 통신업계는 앞으로 뒤따를 지각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두루넷 인수는 단순히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판도변화에 그치는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고 통신업계의 판을 새로 짜는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입김 강해질 하나로텔레콤 = 일단 하나로텔레콤이 두루넷 가입자를 흡수하게 되면 초고속인터넷시장은 600만 가입자를 확보한 KT와 400만 가입자의 하나로텔레콤 양강 구도로 재편된다.
하나로텔레콤의 점유율도 23%에서 34%로 높아져 1위 업체인 KT(점유율 51%)와의 격차를 상당부분 좁힐 전망이다.
하나로가 두루넷을 인수할 경우 두 회사는 망(網)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는 데이콤 자회사인 파워콤 매출의 60%이상을 점유하는 최대 고객으로 부상,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게다가 하나로텔레콤은 3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휴대인터넷 사업에서도 이미 한 자리를 확보한 것이나 다름 없어 무선시장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균형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의 전도가 탄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이 “두루넷 매각 입찰과 관련해 절대 무리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던 것과는 달리 증권가에서는 “하나로가 제시한 가격이 5,000억원에 육박, 데이콤이 제시한 가격과 차이가 너무 났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 같은 설이 사실일 경우 앞으로 진행될 가입자 수 실사과정에서 거품이 빠지고, 지난 2년간 설비투자를 하지 않은 두루넷에 2,000억원 정도를 투입, 설비증설을 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황은 유동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ㆍ데이콤의 입장 = 하나로의 두루넷 인수 소식을 접한 KT는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KT관계자는 “사업자들이 3개 이상 난립할 경우 소모적 마케팅으로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았다”며“하지만 하나로가 인수하게 됨으로써 양강 체제로 시장이 굳어져 군소 업자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KT의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나로텔레콤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부가통신 사업자들과를 협력을 강화 할 경우 KT도 마냥 구경만 할 수는 없는데다 하나로텔레콤의 두루넷 인수 효과는 단순히 초고속시장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번 경쟁에서 쓴 맛을 본 데이콤은 “하나로텔레콤이 두루넷을 인수할 경우 1ㆍ2위 사업자인 KT와 하나로가 시장을 장악, 공정거래법 7조1항에 저촉된다”며 “실사과정도 남아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이 번 경쟁에서 고배를 마시더라도 시내외 및 국제전화, 초고속인터넷을 묶은 종합통신사업자로 소매시장 공략에 주력한다면 충분히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의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데이콤의 두루넷 인수 불발이 LG그룹의 통신사업 재편에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