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 자본시장 사수' 안전판 마련

[모습 드러낸 '한국형 헤지펀드']<br>투자대상등 다양화 뉴브리지형 대형펀드 조성<br>연기금과 적대적 M&A 방어 핵심장치로 활용<br>'재벌 은행지분 확대'는 공정법 개정안과 배치 논란일듯

6일 모습을 드러낸 사모주식투자펀드(PEF)는 외국계 헤지펀드로부터 국내기업과 자본시장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패로 나온 ‘한국형 헤지펀드’다. 정부는 400조원에 이르는 시중 부동자금을 건전한 투자처로 유인함과 동시에 하반기부터 주식투자가 자유화하는 연기금과 함께 국내 자본시장 사수(死守)를 위한 양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재벌이 펀드를 활용할 경우 은행 지분을 4% 이상 획득할 수 있게 돼 재계가 줄곧 요구해왔던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에 물꼬를 트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브리지ㆍ론스타형 대형 펀드 나온다=
정부가 허용한 PEF에는 증권회사나 투자자문사ㆍ금융기관 등 다양한 투자자의 참여가 가능하다. 기존의 계약형 펀드나 뮤추얼펀드와 달리 M&A, 경영권 참여, 사회간접자본(SOC)투자 등 모든 유가증권의 취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기존 펀드가 주로 투자해온 포트폴리오에는 참여가 금지된다. 단일기업에 최소 10% 이상, 임원선임을 통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투자 등으로 한정된다. 기업경영에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자산운용회사들이 운용해온 펀드들이 대규모 자본을 거의 끌어들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높은 성장성이 전망되는 기업M&A시장의 경우 기존의 사모M&A펀드를 통해서는 불과 2,400억여원의 투자금만 받아들이고 있다. 론스타ㆍ칼라일ㆍ뉴브리지 등 해외 주요 헤지펀드들이 투자참가자 및 투자대상을 자유롭게 해 대규모 자본을 흡수하고 있는 점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연기금ㆍPEF 투톱, 시장 방어=
김광수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은 “PEF와 연기금은 외국인의 적대적M&A로부터 우리 기업을 방어할 수 있는 핵심장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축소에 대해서도 이 두가지 장치를 안전판으로 마련한 뒤 얘기하자는 입장이다. 숙원사업이었던 ‘연기금 주식투자 활용’의 경우 이번 제도에도 의지가 묻어나 있다. 정부는 이미 관련 근거를 신설, 연기금의 PEF를 허용할 예정이다. 이미 예산처는 최근 열린우리당과 당정협의를 거쳐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방안을 합의한 바 있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연기금 주식투자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재벌 계열사 M&A 방어, 은행지분 확보도 가능해져=
이번에 도입되는 사모펀드는 재벌의 은행산업 진출에 물꼬를 터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혜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재벌에 금융시장의 방패 노릇을 요청한 셈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문제 등이 다시 불거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재경부는 우선 사모투자전문회사를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행법상 지주회사가 되면 금융지주사는 금융사만, 일반지주사는 비금융사만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펀드 설립 취지인 다양한 투자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특히 투자비율이 10% 이하일 경우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은행지분을 4% 이상 획득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7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취지와 배치된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를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 정부끼리 따로 노는 형국이다. 또 지배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라면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은 투자비율을 10% 미만으로 줄인 뒤 다수의 펀드에 소규모로 출자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다음주 입법예고 후 관련 부처들과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펀드 활성화를 위해 이런 예외조항은 필수인 만큼 강력히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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