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에셋플러스/이슈기고]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매크로전략팀장

원화 강세 트라우마 극복할 역발상 필요

제조업 수출 의존 경제구조 탓에 수출 경쟁력 저하 불안감 있지만

물가안정이란 긍정 측면도 존재

품질·브랜드파워 등 투자 확대… 무형자산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원화 강세의 트라우마'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외환 당국이 경계감을 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50원이 순식간에 깨졌다. 1,020원도 위협받으면서 연내 1,000원대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리 시장은 원화 환율 하락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1,050원대가 붕괴(혹은 접근)될 때마다 어김없이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이 이탈하는 모습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아베노믹스 시행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자 수출 경쟁력 저하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 증시를 짓누르기도 했다.

사실 환율은 동면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원화 강세가 수출 경쟁력을 훼손시킨다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면 부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통화가치 역시 해당 국가의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다면 생각만큼 부정적이지 않다. 또 물가안정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길게 보면 원화 강세기간에 주식시장이 나쁘지 않았던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이후 계속된 엔화 약세에 대해 시장은 수출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아무래도 일본 제품과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니 인위적인 엔화 약세에 대한 경계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엔화 약세가 제한되고 있는 국면이다. 그것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오히려 엔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 환경이 엔화 약세와 중국의 성장둔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흑자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를 68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고, 하반기에도 경상흑자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GDP의 4%를 넘은 경상흑자는 신흥시장 안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상흑자는 결국 신흥국 내 차별화를 유발하며 원화가치의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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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국가 리스크를 평가해 보면 한국은 세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안정적인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슷한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평균을 넘어서는 안정적인 나라는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일본의 추가적인 양적완화 가능성이 희석된 점 역시 원화 강세에 일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과 연관지어 본다면 미국 달러 강세 전환이 늦춰지고, 엔화 약세를 견인할 동력이 약화되면서 원화 강세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즉 엔화에 대한 경계감이 낮춰진 것이다.

우선 지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이 끝난 후 6개월 후쯤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는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미국의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됐다. 그러나 대다수 FOMC 맴버들이 2015년 말 적정 정책금리 수준으로 1.00%를 예측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내년 하반기나 되어야 금리인상은 가능할 것이다. FOMC 의사록에서도 금리를 일찍 올릴 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한편 소비세 인상으로 일본은 경기후퇴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일본중앙은행(BOJ)는 최근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위축을 커버하기 위해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기대가 낮춰진 것이다. 물론 일본 정부가 기업에 대한 감세 등으로 경기부양을 동원하겠지만, 높아진 물가압력을 감안하면 통화완화에 더 의존하기는 어렵다는 한계도 동시에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BOJ의 통화정책으로 인한 엔화 약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원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변수를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정부의 환율 방어의지로 당분간 1,020원을 사이에 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탓에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시장의 반응은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흥국에 대한 저가 메리트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 펀더멘털, 그리고 엔화 약세에 대한 한계들을 조합해 보면 일본에 실망한 글로벌 자금이 국내에 유입되며 원화 환율을 떨어뜨리는 방아쇠로 작용했을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한국과 일본 주식시장에서 주요 경쟁 업종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금의 리벨런싱이 전개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선진국 경기회복은 IT, 자동차 등의 수출에 긍정적이다.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환율 하락을 경제구조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시장이 요동을 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제품의 비가격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품질이나 브랜드파워 등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환율의 움직임에서 보다 여유로워 질 것이다. 앞으로 무형자산 투자를 늘려 제조업의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업 육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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