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약정제도 도입 이후 이동통신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요금인하와 보조금 규제 폐지로 이통 3사간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가입자 단속효과가 강화되면서 경쟁 대신 시장 고착화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번호이동센터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이통3사의 번호이동건수는 22만299명으로 하루 평균 2만7,000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 4,700여건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며 예년 4월 같은 기간의 일 평균 3만1,000여건보다도 4,000여건 정도 적은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폐지됐는데도 경쟁 수준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의무약정제 도입은 경쟁 환경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의 의무약정제도 가입자는 실시 열흘 만에 벌써 18만명을 넘어섰고 KTF도 번호이동 고객들을 감안할 때 15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실상 30만명 이상이 최대 2년 동안 서비스업체를 바꿀 수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 일선 판매점들이 할부지원 프로그램 보다는 의무약정제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가입자의 이동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용산의 한 판매점 관계자는 “지금 가입하면 최소 12개월 의무약정은 기본으로 들어야 한다”며 “현재는 이 조건 없이는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요금경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부터 망내할인율을 최대 80%까지 높인 ‘T끼리 플러스 요금제’와 기본료와 통화료를 최대 50%까지 깎을 수 있는 ‘온가족 할인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KTF와 LG텔레콤은 이에 대응할 만한 요금제를 아직 선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비록 KTF가 의무약정제도를 이용한 요금할인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이는 신규 가입자를 위한 것이지 기존 가입자를 위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LG텔레콤은 ‘현재 요금수준은 우리가 가장 낮다’며 통화요금인하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의무약정제는 요금 할인과 결합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가입자가 이전과 같이 이동하기 힘든 구조”라며 “불필요하고 소비적인 경쟁은 막았지만 그로 인해 경쟁구조가 약화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