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금융시장에서 싹쓸이한 돈을 생산부문에 돌리지 않고 재테크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지난 3·4분기중 은행의 기업대출이 줄어들었음에도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25조5,630억원으로 지난 2·4분기의 3조3,690억원에 비해 7.6배나 늘어났다.
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은 같은 기간중 10조4,470억원이나 감소한 반면 전체 자금조달액이 늘어난 것은 회사채와 CP, 주식발행 등 직접금융이 27조5,590억원으로 전분기의 9조3,480억원보다 3배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직접금융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생산과 운영자금에 활용하지 않고 금융상품 등에 다시 투자하는 재테크에 열중, 3·4분기중 금융상품과 증시에 투자한 금액이 16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분기의 6,250억원보다 무려 27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3·4분기중 기업의 금융기관 예치금은 3조8,980억원 정도에 머문 반면 상대적으로 단기투기성이 강한 유가증권 부문에는 10조4,750억원이나 투입한 것으로 밝혔졌다.
이에 따라 기업부문의 부채도 9월말 현재 967조7,467억원에 달해 전분기인 6월말보다 23조8,458억원이나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중 가계와 정부부문의 부채잔액은 334조6,821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조원 줄어들었다. 경제주체중 유독 기업만이 부채를 오히려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회사채와 CP 발행제한을 앞두고 대기업들이 무작정 자금을 확보한 다음 자금의 대부분을 생산활동에 돌리지 않고 단기투자에 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이 발행시장 자금을 독식하며 재테크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은 10조원이상 줄어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홍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