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19일] 공정사회와 접대비 실명제

모든 국민은 공정한 사회를 원한다. 이를 위하여 공정한 시장경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 간의 경쟁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 질 수 있도록 접대비에 대한 규정도 재정비돼야 한다. 기업의 지출이 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영업활동과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 세법상의 원칙이다. 따라서 기업의 접대비 역시 업무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지난 2003년 세법의 원칙에 따라 업무관련성 증빙을 내용으로 하는 접대비실명제 도입이 추진되자 엄청난 반대가 있었다. 당시 국세청 회의석상에서 제기됐던 한 반론을 잊을 수 없다. "외국거래처에서 우리나라의 2차 접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느냐? 2차 접대처럼 생산성이 높은 자원의 활용은 없다"는 것이었다. 공식석상에서 50만원을 넘는 2차 접대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우리 현실에 기가 막혔다. 미국은 영업과 직접적 연관성이 증명된 접대비라도 50%만을 인정한다. 75달러 이상의 접대비에는 날짜ㆍ장소ㆍ상대방 인적사항을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원칙적으로 접대비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경우 접대비 공제가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도입됐던 접대비실명제가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소비 증대를 이유로 전격 폐지됐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속에서도 기업의 접대비는 2007년 3조2천억원에서 2008년 5조7천억원, 2009년 6조5천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42만개 법인이 납부한 법인세 35조원에 대비해 보면 18.6%에 달하는 금액이 접대비로 소비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에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2007년 11위에서 매년 내려가 올해는 22위로 하락했다. 실명을 노출하기 힘든 대상자에게 고액의 접대를 하는 기업의 생산성이 높은 국가가 투명성과 신뢰도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접대비실명제를 재도입하여 세법상의 원칙이 지켜지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접대비의 효과적 관리로 증가된 기업의 이익이 새로운 연구와 투자ㆍ주주 배당금ㆍ인건비ㆍ세금 등으로 배분되고 소비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정한 소비이며 진정한 내수의 활성화이다. 접대비실명제는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으며 다만 소비의 주체를 바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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