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변곡점에 선 우리의 지식경제


하버드대의 데이비드 랜더스 교수는 '국가의 부와 빈곤'이라는 저서에서 지난 600년간의 세계 각국의 흥망성쇠를 분석하면서 경제발전에 있어서 처음부터 중요했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중요해 지는 것은 지식이라는 점을 밝혔다. 특히 그는 13세기 이후 화약과 나침반 등 세계적인 발명품을 먼저 개발했지만 영국보다 산업 발전에 뒤진 중국이 기술혁신에 있어 정체 혹은 퇴보한 현상에 주목했다. 즉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지식의 사유재산권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이 거래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국은 덩샤오핑이 집권한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개인의 지식재산을 권리로 인정하는 특허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특허 확보 경쟁 갈수록 치열 사실 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고 자유무역협정이 보편화된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국가별로 전통적인 산업정책은 소멸해가고 무한대의 지식경쟁이 본격화돼가고 있다. 지식경쟁은 곧 특허전쟁으로 이어지는데 애플과 노키아 간에 진행되고 있는 수십 건의 특허소송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다 보니 특허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져서 법정관리 상태의 기업인 캐나다 통신기업 노텔의 특허를 구글이 일괄적으로 9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도 대두됐다. 독자 기술에 의한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은 미약하지만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3천여건의 노텔 특허가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통신 전문업체가 이러한 특허의 인수대열에 끼어든다면 국제적으로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특허 가격도 급상승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지식전쟁의 시대에 우리의 준비는 어떠한가. 사실 우리나라의 특허제도는 일본이나 미국과는 달리 경제발전 초기에 통치권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려됐던 흔적이 별로 없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직후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핵심기반으로 특허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적극 추진했으며 미국은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국무장관 시절에 특허위원회 위원장(사실상의 특허청장)을 겸임할 정도로 혁신적인 국가건설의 주춧돌로 특허제도를 디자인했던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1885년 일본의 특허제도가 시행되기 3년 전에 선각자인 지석영 선생이 고종황제에게 특허제도의 실시를 권하는 상소문을 제출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운 시기에 통치권자가 특허제도에 대해 심각히 고민할 여유는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는 1960년대에 경제개발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일본의 법제를 상당히 모방한 지식재산 보호의 틀을 갖추게 됐고 그 이후 우리 내부의 요구라기보다는 세계무역기구 가입의 필요성으로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특허제도를 가지게 된 것이다. 능동적인 정책 추진체계 필요 하지만 과거의 선진국 추격형 모방경제와 달리 이제 우리는 창조경제로 도약을 위해 범국가적인 지식경영전략이 시급하게 됐다. 올해에도 우리나라 전체의 연구개발 투자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 특허청이 특허의 G5라고 하는 5개국 특허청(IP5) 체제의 주역이 됐으므로 지식재산의 보호와 활용을 위한 좀 더 능동적인 정책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는 30억달러 규모의 특허무역수지 적자기조가 계속 악화일로에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지재입국'을 슬로건으로 해 지식국가 건설에 앞장서고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가 국가의 3대 전략 중의 하나로 지재전략을 선언한 마당에 미적미적 시간을 끌 여유가 남아 있지 않다. 지식재산에 관한 기본법제와 범국가적 추진체제를 신속히 갖춰 지식경제 시대에는 우리가 경쟁국보다 한발 앞서 나가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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