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금리 매력… 투자자 인기 한몸에

하이브리드(신종자본증권)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금금리가 떨어져 더 이상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고수익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지난달 외한은행이 8.5%라는 파격적인 금리로 내놓은 2,5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 채권은 이틀만에 다 팔렸다. 그만큼 시중 여유 자금이 갈 곳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란=`hybrid`가 혼성, 잡종을 의미하는 것처럼 채권과 주식의 특징을 섞어 놓은 상품이다. 증시에서 거래가 가능하고 만기가 없다는 것은 주식과 같지만 일정기간마다 이자나 배당금을 주기 때문에 채권의 성격도 있다. 이 신종 상품이 투자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고금리`가 주는 매력 때문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8.5%의 확정금리에 3개월 단위로 이자를 지급키로 했다. 1억원을 투자할 경우 16.5%의 이자소득세를 제하더라도 3개월마다 177만4,375원, 연 850만원의 이자를 지급 받게 된다. 연 7.97%의 수익률을 내는 셈이다. 은행들의 정기예금 이자가 3~4%, 회사채 금리가 5%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익률이다. 또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어 거액 자산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실제로 하이브리드를 판매한 영업 담당자들은 수십억원대의 자산가들이 상당히 몰렸다고 전한다. 이 상품은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 후부터는 은행이 언제든지 갚을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된다. 또 10년 뒤부터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인 만기는 10년인 셈이다. 외환은행에 이어 국민은행이 지난달 3,000억원 규모로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했다. 또 이달 중 조흥은행이 3,000억원 규모를 발행할 계획이며 한미은행도 연내 일정을 잡을 방침. ◇어떤 위험이 있나=고수익 상품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우선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지 않다. 중도상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려면 유통시장에 팔아야 한다. 최근 외환은행은 증권거래소에 하이브리드를 등록시켰지만 아직 한국 하이브리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만큼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이다. 또 이자를 받지 못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이 상품은 은행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는 등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 보통주에 대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 은행이 선택적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자 미지급 조항이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이자 미지급에 대한 우려는 덜어도 된다고 주장한다. 외환은행 PB본부의 정연호 차장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은행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성을 잃어 영업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은행들이 굳이 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대형 은행들이 경영성적이 나쁠 경우 대책을 강구해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하이브래드가 만기가 긴 상품이고 유동성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에 여유 자금으로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사례=미국 등 해외에서는 하이브리드가 이미 은행들의 중요한 자본조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99년 전세계 은행들의 자본금 확충총액 3,295억달러 중 하이브리드가 302억달러로 9.3%를 차지했으며, 지난 2001년에는 2,686억달러 규모의 자본금 확충 총액 중 하이브리드가 20%인 536억달러를 기록했다. 외환은행 재무기획팀의 한남주 차장은 “미국 주식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한 99년부터 은행들이 증시를 통한 직접 조달 방식보다 하이브리드를 선호하고 있다”며 “특히 자본확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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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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