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작년 4월 부도 유아전자 AITC사서 2,000만불 유치

28일 오전 인터컨티넨탈호텔 로즈룸. 2,000만달러 투자를 결정한 AITC사와 성대한 투자조인식이 열리는 자리다. 투자자인 마모드샤알 AITC사장과 함께 투자계약 조인식 손님들을 맞는 박현승 유아전자사장의 표정에는 이제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지난 87년 설립된후 급성장→부도→화의, 그리고 2,000만달러에 달하는 외자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유아전자는 일찍부터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업체다. 동양정밀, 한국두폰을 거쳐 유아전자를 설립한 朴사장은 일찍부터 사업분야를 첨단전자 및 에너지분야로 국한시켰다. 첫 결실은 회사가 설립되던 해 국산화에 성공한 전전자교환기용 백판넬 및 과전류 보호부품의 국산화. 게다가 지난 95년 신제품개발연구소를 설립, 47억원의 거액을 투자하며 연구개발에 주력하면서 3년만에 진공형광컬러디스플레이(VFCD)개발에 성공한 것. 이 기술은 발광디스플레이(LED)의 10분의 1에 불과한 가격에 훨씬 선명하고 화질이 좋은 화면을 제공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모니터 등에도 폭넓게 사용될 수 있어 기존 디스플레이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작품」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국내에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한파는 VFCD의 양산꿈에 부풀어 있던 이 회사를 뒤흔들어 놓았다. 전자부품을 납품받던 대기업이 경영난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해버렸기 때문이다. 월 30억원에 달하던 매출이 5억원대로 줄어들더니 지난해 4월에는 결국 부도를 맞고 말았다. 한국사회에서 기업의 성공은 역시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한것인가. 절망하던 朴사장은 이때부터 피나는 재기의 노력을 기울였다. VFCD개발에 성공했을땐 실리콘밸리나 일본에서 먼저 촉각을 곧두세우며 투자의향을 비치기도 했으나 이제 회사를 다시 살리는게 당장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朴사장이 월급도 받지 못하는 사장으로 다리가 부르트도록 뛰자 직원들도 자진해서 무급휴가에 들어가는 등 노사가 한마음으로 회사살리기에 나섰다. 채권단에서도 VFCD기술의 가치를 알고는 부채상환을 연기해주는 등 유아전자 회생을 돕기 시작했다. 98년 9월엔 화의인가도 결정됐다. 그후 수개월간 암흑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헤메던 박사장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쳐온것은 뜻밖에도 레바논의 투자회사인 AITC사였다. 선뜻 2,000만달러라는 거액의 투자를 결정한 것은 VFCD기술이 가지는 매력때문이었음은 물론이다. 『당분간 실추된 회사의 명예를 회복하고 VFDC의 조기상용화에 전력을 기울일 작정입니다』 투자조인식에서 서명하는 박사장의 표정엔 「그래도 우리의 가장 든든한 배경은 기술」이라는 자랑스러움이 배어있었다.【정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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