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은 재계의 입장을 `절반`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계는 이번 법안이 소송요건에 대한 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원안대로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소송 남발등을 우려했다. 특히 내년부터 집단소송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대비할 시기가 너무 짧다는 점에서 불만스러워 했다.
증권업계는 반면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분식회계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 단기 충격이 우려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증시 투명성을 높여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재계입장 절반수용= 재계는 이번 양당의 증권집단소송제 합의안이 기업들의 입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재계는 그동안 이미 분식을 저지른 기업들이 회계를 투명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법 적용을 자산규모에 관계없이 2년간 유예할 것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이번 양당 합의안에서는 자산규모 2조원 이하 기업에게만 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해 주기로 했다.
재계는 또 법원이 집단소송 기소를 결정하기에 앞서 금융감독원ㆍ공정거래위원회 등 제3의 기관으로부터 적합성을 공증받도록 요구했으나, 양당은 이를 임의 규정으로 완화했다. 소송 자격에 대해서도 재계는 0.01%의 지분을 가진 50인 이상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양당 합의안은 0.01%의 지분율은 적용하되 지분총액이 1억을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이현석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이번 국회의 집단소송법안은 재계의 요구를 일부분만 반영한 것으로 소송남발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며 “여당 등에서 법 시행이후라도 문제점이 생길 경우 재개정을 약속한 만큼 재계는 법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증시 “단기충격 불구 업그레이드 기대”= 증권업계는 증권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중장기적으로 증시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그 동안 관행적으로 누적된 분식회계의 문제가 불거지며 증시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단기적으로는 부담스럽지만 분식회계 등 증시의 투명성을 해쳤던 요인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국내기업의 신인도 제고와 함께 외국인의 투자가 더욱 늘어나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실장은 “집단소송제는 기본적으로 불신을 받아온 회계의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위축돼 있어 집단소송제 도입에 따른 후유증과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행초기의 혼란 가능성을 경계했다. 특히 분식회계에 대한 유예조항이 없어 자칫 `제2의 SK글로벌`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상장기업인 A사의 한 임원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회계처리에 다소 융통성이 있었던 게 관행인데 어떻게 1년 만에 모두 털고 가자는 말이냐”며 “당장 내년 7월 1일부터 증권 집단소송제를 적용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성진기자,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