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난 입이 없소이다"

■ 업무보고 첫날 이모저모<br>김위원장 보고 시작전 입조심 당부<br>윤대변인 "보고내용 브리핑 않겠다"

11일 오전11시50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정부부처 업무보고가 시작된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은 정부부처 직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며칠 전 인수위로부터 '내용을 발설하지 마라'는 엄중한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공무원들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절레절레 고개만 내저을 뿐 종종걸음으로 따돌리기에 바빴다. 쫓아가 '어느 부처에서 왔어요'라고 묻자 "모른다"는 동문서답이 돌아왔다. 보안을 중시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업무 스타일을 미리 파악한 듯했다.

보고를 받는 인수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다정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던 인수위원들조차 기자들을 피해 건물 내부로 뛰어들기에 바빴다. 보고를 하는 공무원과 보고를 받는 인수위원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르쇠'로 일관했다.


업무보고가 진행된 회의실에서도 보안의 중요성이 수차례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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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김용준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당선인의 당부 말씀인데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외부에 알려져 혼선이 있을 수 있으니 특별히 조심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고성 메시지였다. 연제욱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은 일부 참석자들이 책상 앞에 놓인 업무보고 자료를 미리 들춰보자 카메라 기자와 취재진을 의식한 듯 "업무보고가 시작되면 개방하도록 하겠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어 진행된 중소기업청 업무보고에서도 이현재 경제2분과 간사가 "오늘 보고내용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밀에 철저를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가장 먼저 보고를 마치고 나온 국방부 관계자는 "(보고 내용에 대해) 말 안 하기로 통일했다"며 "보고는 짧게 했으나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답하며 다급히 자리를 떴다. 회의를 끝내고 나온 김장수 외교국방통일 간사는 "논의는 충분히 다했다"며 "아직 각론은 이야기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한술 더 떴다. 그는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구체적인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서는 브리핑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당당하게 말해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 당선인이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인수위 단계부터 불통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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