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나흘새 20원 급락 … 당국 실력행사 안하나 못하나

원·달러 환율 1,030원대

"약달러 흐름 맞서기 힘든데다 엔화 강세 보이자 일단 관망"

"개입 땐 외평기금 손실 커져 국가 재정부담 줄이려는 것"


원·달러 환율이 결국 1,030원대로 내려앉았다. 11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원20전 하락한 1,035원에 마감했다. 보름간 4.2% 떨어졌으니 하락폭 치고는 크다. 전일 두 차례에 걸친 구두개입에 이어 실탄까지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 외환 당국이지만 이날은 잠잠했다. 1,050원에 이어 1,040원도 사실상 열어준 것이다.

이렇게 되자 환율이 급락함에도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주요20개국(G20) 회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 미국 반기 환율 보고서 발표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정부가 원고 억제에 나설 타이밍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시장개입에 따른 재정 부담을 굳이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나흘 새 20원 하락…1,040원도 허용=이날 환율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0전 하락한 1,040원에 개장한 뒤 곧 완만한 상승세로 반전했다. 중국 경기지표 부진에 따라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강해지면서 전날 밤 미국주가가 1% 이상 빠진 영향이 컸다. 전일 당국이 잇따라 원·달러 환율의 쏠림현상에 경고장을 날린 탓에 이틀간 이어졌던 급락장은 그렇게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오전10시가 지나면서 분위기는 뒤집혔다. 원·달러 환율은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장중 1,033원60전까지 떨어지더니 1,03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홍석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 원·달러 환율이 반등하자 달러를 좀 팔아도 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수출업체 네고물량, 은행권 롱스톱(손절매도) 등이 나왔다"며 "대외적 요인보다 당국 개입에 따른 반작용, 1,030원대 초중반까진 여지가 있는 판단 등 국내 요인이 더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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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국 통화는 중국·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달러 약세가 주춤한 사이에도 원화 강세는 유난히 두드러졌다는 뜻이다.

◇당국 개입 안 하나 못 하나=지난해와 올 초만 해도 외환 당국은 환율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10월24일이 단적인 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5년 만에 외환시장 공동개입에 나서며 연저점(1,054원30전)을 찍은 원·달러 환율을 1,062원까지 무지막지하게 끌어올렸다. 시장에 본때를 보여준 것이다.

10일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5개월 만에 공동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강도는 확실히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국 정부가 원화 강세를 용인하는 이유 중 하나로 외환시장 개입비용을 꼽았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외평기금을 조달, 운용한 결과 2012년 기준 누적손실액은 34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외평기금의 국채 발행 잔액은 171조원으로 국가채무(480조5,000억원)의 35.6%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물론 재정은 부차적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이달과 다음달 사이에 몰린 G20 회의, 미국의 반기 환율 보고서,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 지나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달러 약세가 전체적 기조이기 때문에 우리만 개입하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외환 당국은 주로 원·엔 환율을 보는데 아직은 100엔당 1,000원 이상으로 엔화 강세 기조여서 개입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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