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현철 부장검사)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누설한 정문헌 의원을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김무성(63) 의원과 서상기(68)·조원진(55)·조명철(55)·윤재옥(53) 의원, 권영세(55) 주중대사, 남재준(70) 전 국가정보원장, 한기범(59) 국정원 1차장 등 옛 민주통합당에 의해 고발된 의원과 국정원 간부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회의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발언의 진위·왜곡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런 내용을 공개한 시점이 18대 대통령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이어서 옛 민주당은 선거를 겨냥한 정치공세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정 의원만 약식기소라는 비교적 약한 처벌을 내리는 것으로 사건을 끝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비밀을 지켜야 할 공공기록물을 누설했다는 데서 일부 피의자의 혐의가 인정되지만 회의록 유출 자체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준 측면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회의록 내용이 국민이 알 권리가 있는 전직 대통령의 발언과 행위에 대한 내용이었다는 점 △회의록 유출 한 달 전인 2012년 9월 북한에서 NLL 관련 대남 공작을 펴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 의원의 경우 "회의록을 직접 열람할 수 있는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서 비밀을 지켜야 할 공공기록물 내용을 누설했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 했던 취지를 고려해도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정 의원은 2012년 10월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서 이 내용이 담긴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고 주장, 이른바 'NLL 논란'을 촉발시켰다. 또 이 내용을 김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게 누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당시 부산 유세에서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는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연설한 김 의원은 혐의가 없다고 봤다.
김 의원은 공공기록물관리법 상 회의록에 접근·열람할 수 있는 업무처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김 의원은 비밀누설의 주체가 아니어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도 같은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20일 서 위원장을 비롯한 정보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하고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내용을 공개한 행위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당일 기자회견은 비밀 누설이라기보다는 서 위원장이 소감 정도를 얘기한 것"이라며 "당시는 모든 국민이 내용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해 정치에 관여한 혐의로 고발된 남재준 전 원장과 국정원 대변인에 대해서도 "성명서 내용을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며 범죄혐의가 없다고 봤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검사)은 이날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고발된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50)·이종걸(57)·문병호(55)·김현(49) 의원 등 4명을 각각 벌금 2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우원식(57) 의원은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기소유예하고 유인태·조정식·진선미 의원은 무혐의 처분했다.
강 의원 등은 2012년 12월11~13일 당시 민주통합당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 6층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집에 찾아가 김씨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