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5일 새벽 구속수감된 권노갑 전 고문의 현대 비자금 수수의혹 파문으로 술렁이고 있다.
신ㆍ구주류가 권노갑 전 고문 구속의 후폭풍을 우려하며 서로 다른 속앓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주류는 권 전 고문의 자금지원설이 파다하게 떠돌면서 경우에 따라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눈치다. 이에 비해 구주류는 현대비자금 유입 수사가 확대될 경우 검찰의 칼끝이 누구에게 향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기색이다.
◇신주류 `권노갑 리스트`에 촉각=장영달 의원은 구주류 일각에서 권 전 고문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쪽은 `신주류`라고 물귀신 작전을 쓰는데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중앙당에서 지원한 선거자금을 쓴 것인데 이를 `권노갑 자금`을 받았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때마침 선거 직후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각 후보들의 중앙당 지원금내역이 공개돼 이들 신주류 의원들의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선관위 제출 자료를 보면 2000년 총선당시 영남과 강원ㆍ충청, 수도권의 경합지역 후보들에게 지원금이 집중됐고, 이 가운데 2억원 이상 받은 후보는 91명이었다. 임종석 의원은 “선거 직후 중앙선관위에 내역을 공식 제출한 중앙당 지원금은 합법적인 것인데 이를 권 전 고문의 자금과 연계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권 전 고문 등 실세들이 은밀하게 지원한 내역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권 전 고문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이를 폭로하면 엄청난 파문이 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권 전 고문의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가 지났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진 않지만 총선을 8개월 앞두고 도덕성에 흠집이 날 수 있어 권 전 고문이 과연 입을 열지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구주류 `검찰 다음 타겟`에 긴장=권 전 고문 구속 이후 검찰의 다음 타깃이 누가 될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검찰이 현대비자금 관련 여야 정치인 5~6명을 출국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0년 총선을 주도했던 동교동계 등 구주류측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권 전 고문측은 그의 구속에 대해 “검찰이 한 사람(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말만 듣고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검찰의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훈평 의원은 “권 전 고문은 받았으면 받았다고 하는 사람”이라며 “한보 때 검찰이 5,000만원 받았다고 하니까 검찰출두 전 2억5,000만원 받았다고 말했고, 진승현 게이트 때는 아예 안받았다고 했는데 결국 무죄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74세의 노인을 구속시키고 나서 무죄가 나오면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른 의원은 “출국금지자가 누구라더냐”고 반문한 뒤 “현 정권이 무리하게 수사를 한다면 우리도 가만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모종의 대응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국면반전을 위해 `권노갑 리스트`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얘기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