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양국이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진전을 위해 노력해나가기로 합의했지만 FTA 비준안이 연내 미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사실상 불투명해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에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실질적인 이슈를 해결하게 되면 의회에 언제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할 `정치적 타이밍'과 관련한 문제가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헬스케어(건강보험) 등 내부개혁과 오는 2010년 미 중간선거 등의 정치일정을 감안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은 한미 FTA 비준안의 연내 상정을 유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통상교섭은 어렵다”고 전제한 뒤 “한국은 쇠고기 수입 문제가 있고 미국은 자동차와 관련돼 충분한 상호주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해 자동차 문제를 한미 FTA의 실질적인 이슈로 거론했다. 여당인 미 민주당은 지난해 미 대선과정에서 한미 자동차 교역 불균형 문제를 들어 FTA 비준 반대를 주장했었다. 그는 이어 “마차보다 말을 앞세우고 싶지 않다”는 미국 속담을 인용하며 “순서가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FTA 비준 동의안 제출시기에 대해 그는 “제가 미국민을 위해 괜찮다고 생각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민을 위해 옳다고 생각할 그 시점”이라고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 16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재계회의 CEO서밋 만찬에 참석해 “한미 FTA는 양국의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한미동맹, 나아가 미국의 동아시아에 대한 전략적 측면에서 중요하다”면서 “재계 여러분들이 비준을 위해 지원과 조력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미 상ㆍ하원 지도자들과 만나 한미동맹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FTA 비준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길에 올라 18일 오후 서울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