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상증자 참여했던 해외 투자가들 "하나금융에 손배소 검토"

[외환은행 매각 무산 위기]<br>"승인 보류방침 통보 안한 건 기만"<br>론스타와 계약 파기땐 후폭풍 클듯<br>국내 기관투자가도 사태 예의주시

외환은행 인수를 겨냥한 하나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해외투자가 가운데 일부가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법적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번 딜에 참여했던 국내외 투자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유상증자에 참여한 국내외 투자가를 상대로 콘퍼런스콜(전화회의) 등을 통해 현재 상황과 시장 안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투자가들은 인수계약 파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하나금융에 대한 전방위적인 법적 소송 검토 작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 하나금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투자은행(IB)의 한 고위관계자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월 하나금융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해외투자가 가운데 일부가 금융위원회의 발표 후 손해배상 청구소송 검토에 나섰다"며 "현재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미 홍콩 등에서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상당 부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외투자가들은 하나금융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정부가 승인을 보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에 대단히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며 "투자유치협상 과정 중 정책적 리스크를 정확히 설명하지 않은 것은 '투자자 기만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실제 소송시 하나금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론스타와의 계약이 실제로 파기된다면 하나금융은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게 된다. 하나금융은 이미 자회사 배당과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으로 약 5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은 상태다. 우선 1조3,353억원의 유상증자가 부담이다. 하나금융은 2월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페리캐피털ㆍ한국투자증권ㆍ미래에셋자산운용ㆍ국민연금 등 국내외 투자가를 대상으로 3,411만4,000주의 제3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가들은 주당 4만2,800원에 하나금융 주식을 매입했다. 이는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하나금융 주가는 프리미엄이 반영되기 전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투자자들은 소송에 나설 수 있다. 또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올 1·4분기에만 1조4,2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5조원의 인수자금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문제다. 지난해 11월 이후 하나금융의 경영전략은 외환은행 인수를 전제로 짜인 것이어서 인수가 무산된다면 큰 틀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가들은 하나금융의 대응과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외투자가들처럼 직접적인 소송 검토까지는 아니지만 하나금융 사태에 대한 대응 방침을 세우기 위한 내부적인 검토가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인수합병(M&A)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지만 일단 다른 투자가의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국내의 한 기관투자가는 "2월 하나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유가 외환은행에 대한 M&A를 전제로 한 것인 만큼 이번 유보 결정으로 당초 투자 목적이 사라졌다고 판단한다"며 "앞으로 하나금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투자기관도 "아직은 뭐라고 얘기할 수 없지만 금융위의 결정으로 더 이상 유상증자 물량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며 "하나금융과 다른 투자가들도 이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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