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보류, 이창호의 미덕

제7보(79~100)



백88까지는 일사천리였다. 백홍석이 이렇게 될 자리라고 진작부터 예측했던 것과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이렇게 될 자리라는 그 표현. 나는 언제 들어도 썩 유쾌하지가 않아. 얼마든지 변화를 구할 수 있는 것이 바둑 아닌가." 필자가 짐짓 검토실의 바둑판 위에서 돌 몇 개를 뜯어내고 과감한 변화를 하나 제시해 보았다. 흑79로 84의 자리에 콱 내지르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윤현석은 유쾌하게 웃었다. "막지요."(윤현석) "2선에서 단수치면?"(필자) "손빼고 83의 자리에 축으로 몰지요."(윤현석) 그 코스는 흑이 망한 그림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흑89는 여기까지 엄습하는 것이 요령이다. 일부러 허점을 보이면서 넓게 벌려놓고 백이 게릴라를 투입하면 우악스럽게 공격할 작정이다. 이창호는 여기서 3분쯤 시간을 쓰더니 백90으로 이었다. "숙제였던 곳을 드디어 두는군요."(백홍석) 참고도1의 백1 이하 백9를 백홍석이 생중게 사이트에 올렸다. "흑이 기분 나빠 보이는데요."(백홍석) 그러나 이창호는 백90만 두어놓고 그 방면을 보류했다. 하변이 더 급하다고 본 것이었다. 이창호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수가 있어도 그 수를 못 본 사람처럼 웬만해서는 보류한다. 그런 점에서는 린하이펑과 정말 닮았다. "콱 젖히고 싸우면 어떻게 되지?"(필자) 백98로 참고도2의 백1에 젖히는 싸움이 멋져 보인다고 주장했다가 또 웃음거리가 되었다. 흑8까지 될 터인데 백이 망한 모습이라고 한다. 이창호는 단단하게 백100으로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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