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술자립화의 지름길

임주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 업체들이 외국에 지급한 기술료 총지급액은 167억3,600만달러다. 물론 외국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이 사업화를 위해 고액의 기술료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기술개발 소홀하면 미래 불투명 원천기술에 의존하고 언제까지나 기술개발을 등한시한다면 머지않아 생산경쟁력까지 잃게 돼 중국 등 후발산업국가에 밀리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사업 초기 해외기술에 의존했던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공격적인 특허관리 전략을 전개해나갈 수 있는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도입기술이 국내 기술 수준이 취약한 산업 분야 기술이어서 기술 제공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기업의 경우에는 기술 자립화의 길은 더욱 험난하다. 수출 제한과 고액의 로열티 지급으로 기술개발 여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또한 도입 기술을 바탕으로 확보한 특허권은 기술 제공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도 그 개발 성과가 기업의 경쟁우위 확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아가 기술 제공자로부터 더 이상의 기술 제공이 없다 해도 기술도입 계약을 연장하지 아니하면 그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기업이 해외기술 의존에 안주할 수밖에 없어서 기술 예속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지속한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결코 희망적이 아니다.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그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지 모른다. 이러한 해외기술 의존 기업이 기술 예속화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특허정보 분석부터 착수해야 한다. 기술도입에 앞서 해당 기술의 선행특허의 사전조사 및 분석을 통해 기술도입의 필요성, 회피 설계의 가능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술 제공자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기술 범위를 명확히 한 후 지속적으로 기술도입이 필요 없는 계약을 유지시킬 필요가 없다. 기술 제공자로부터 새로운 기술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까지 기술도입 계약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필요는 없다. 나아가 기술도입 제품이 기술 제공자의 특허를 침해하는 경우에도 특허정보 분석에 의해 기술도입 제품에 대한 특허지도를 작성한 다음 기존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회피 설계를 채택하거나 신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독자적인 기술개발체제로 전환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특허정보를 분석하려면 우선 국내외 특허정보 제공기관의 데이터베이스로부터 필요한 특허기술 정보를 조사해야 한다. 특허청은 우리나라 및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세계 각국의 특허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고 이를 한국특허정보원을 통해 민간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서 누구든지 쉽게 인터넷을 통해 특허기술정보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선행특허등 정보분석이 출발점 그러나 특허정보 분석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어서 특허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자체적으로 기술 제공자의 특허를 모두 조사하고 제품의 침해 여부를 살피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다. 이럴 경우에는 특허정보를 조사해 분석하는 전문기관을 활용하거나 특허 전문가인 변리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해외기술 의존 기업이 기술 제공자의 특허권을 정밀하게 분석해 획득한 정보는 기술거래로 지불한 기술료가 합리적인 수준인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며 계약을 새롭게 체결하거나 연장할 때 협상력을 높여주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특허정보 분석을 통해 자체 기술개발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함으로써 해외기술 의존 기업은 기술 자립화를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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