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계기업 솎아내 제2동양사태 막아야

동양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부실을 감추고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5만명의 투자자가 돈을 떼일 위험에 처했고 불안이 확산되면서 신용 낮은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은행 등의 구조조정 대상이 될 중소기업이 100여곳을 넘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이번 사태로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을 회피했던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 STX와 동양 등 대기업의 부실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제기돼왔다. 연초에는 5곳 이상의 대기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며 위기설을 키웠고 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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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철저히 외면했다. 겉으로는 아직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았고 시장 충격이 예상된다는 이유였지만 속내에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올 초 새 정부 출범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었다. 정권의 안정과 시장혼란을 맞바꾼 셈이다.

그 사이 기업에 대한 상세한 재무정보를 가진 금융권은 위험기업에 대한 대출 중단과 회수를 통한 위험회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STX와 동양은 물론 한계기업으로 거론되는 곳들의 금융채무가 다른 대기업보다 적었던 이유다. 당국의 책임방기가 부실을 금융기관에서 개인으로 옮겨놓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회사채시장 활성화 방안과 주채무계열 선정기준 강화 같은 대책마련에도 나섰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마취제일 뿐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그동안 방치했던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부실을 솎아내고 시장 불안의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동양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위기가 아직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을 당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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