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출항!한국號] 돈은 돌아야 한다
막힌 돈脈 물꼬 터줘야 "경기 살아난다" 시중자금 최대 600兆 투자처 못찾고 떠돌아기업 설비투자 늘리게 정부 분위기 조성 금리상승과 이어지면 산업자금으로 흡수
[재출항!한국號] 기업들 왜 투자 꺼리나
[재출항!한국號] 시중자금 단기 부동화 심화
경제의 혈맥(血脈)인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몇 년째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가계는 지갑을 꼭 닫은 채 도무지 열 조짐이 안 보인다. 갈 곳 없는 뭉치 돈은 단기 자금 형태로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다. 돈이 돌지 않으면 실물경제로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한국호가 순항 하기 위해서는 막힌 돈의 물꼬를 터야 한다. 전문가들은 돈이 돌지 않는 이유를 기업-가계-시장을 잇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의 고리가 끊어진 것으로 꼽고 있다. 정부의 방향성 없는 경제 정책 및 규제도 무관치 않다.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는 이유로 향후 경기의 불투명성과 함께 정부의 정책과 규제를 1순위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중자금을 생산적이고 투명한 곳으로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이를 위한 장려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혈맥이자 산업의 생명 줄인 돈이 잘 도는 선 순환 구조를 만들어줘야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넘치는 돈, 돌지는 않는다=지난 70~8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시중에 자금이 달려 아우성이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리며 한 푼이라도 자금을 더 조달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대기업들은 넘쳐 나는 현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자금으로 이자 수익을 내는 돈놀이를 하고 있다.
중소 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 기업들은 하나 둘 씩 쓰러져 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몰리고 있다. 금융 기관들이 자산 건전성 등을 이유로 대출 문턱을 높인데다, 어음 할인을 통해 급전을 조달하던 사채시장 마저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자금의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중자금 역시 마찬가지다. 저금리 기조의 정착과 주식시장은 위험하다는 인식, 여기다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시장 마저 꽁꽁 얼어 붙으면서 시중 부동 자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은 400조원, 금융권에 있는 단기자금까지 합치면 600조원이 넘는 돈이 갈 곳을 못 찾고 떠돌아 다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투자부진으로 이어져 성장 잠재력을 크게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자금을 투자로 유인해야=각종 경제 현안은 난마처럼 얽혀 있고 돈 마저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우리경제의 체력은 밑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내수침체와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서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다시 투자둔화와 소득감소를 부르고,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는 등 악순환에 빠져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리 경제가 과거 일본식 장기 불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자금의 선 순환구조의 정착이다. 경기가 살아나려면 무엇보다도 돈이 돌아야 한다. 돈은 돌고 돌아야 돈이라는 말이 있다. 피가 돌아야 몸에 온기가 돌고 인체에 활력이 넘쳐 나듯이 돈이 투자와 거래를 통해 우리 경제의 곳곳을 돌아야만 생산, 소비의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하면서 경제는 물론 사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쳅?부동자금을 반드시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자금 시장 왜곡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도 나서야 한다”며 “잘못된 금융시장 구조, 시중 부동자금의 산업 자금화, 차세대 산업으로의 신규 자금 투자 유도 등 전방위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4-07-13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