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11월 25일] 중국 당국과 양치기 소년

요즘 돈 가진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가 있다. 자고 나면 올라가는 집값 얘기가 그것이다. 누가 베이징의 개발지역 아파트를 사서 1년 만에 3배 이익을 남겼다느니 내년 상하이 월드 엑스포를 앞두고 상하이 집값은 더욱 치솟을 것이라느니 등 부동산으로 시작해서 부동산으로 대화가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하이 평균 주택가격은 이달 초 초대형 디즈니파크 건설이 확정되자마자 투기 매수세력이 몰려들면서 한 주에만 20% 급등했다. 베이징ㆍ선전 등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이미 지난 9월을 전후해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고 상승속도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대도시의 30평형(한국기준) 아파트 가격은 평균 200만위안(3억3,800만원)에 육박한다. 잘 나가는 국영기업의 대졸 월평균 초임이 3,000위안(57만원)이니까 이자는 차치하고 원금만 56년을 갚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 등 과외소득이 없을 경우 젊은이들은 사실상 집을 살 생각조차 못한다. 7월에는 결혼을 앞둔 상하이의 한 젊은 직장인이 신혼 방을 구하지 못해 투신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중국 고위 금융당국자는 잇달아 부동산 버블을 경고하고 나서고 있다. 중국 당국은 상반기만 해도 월 1조위안이 넘던 은행대출을 10월에는 2,530억위안으로 대폭 축소하고 포럼이나 보도자료를 통해 기회 있을 때마다 부동산 버블의 후유증을 경고하고 있지만 집값은 그럴 때마다 되레 상승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국자가 말로만 버블을 강조하고 있을 뿐 실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7년 한시적으로 도입한 부동산 거래세 폐지다. 기존 부동산 주택을 거래할 때는 아무런 세금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집 한 채를 사든 열 채를 사든 양도세 등 거래세가 전혀 없다 보니 투기꾼들이 마음 놓고 집을 샀다 팔았다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올해 말 거래세 폐지 유효기간이 만료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으레 연장조치를 취했던 것처럼 또 다시 거래세 폐지를 연장시킬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투기꾼들은 부동산 경기가 중국 고속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당국이 실제 부동산 경기를 잡지 못할 것으로 확신하는 듯하다. 실제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중국이 V자형 반등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집행 및 유동성 방출에 따른 부동산 투자 증가 때문이었다. 부동산을 정점으로 하는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무려 30% 안팎에 달한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기 마련이다. 중국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브레이크 없는 부동산 기관차를 제어하지 못하면 심각한 버블 붕괴의 후유증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1980년대의 일본식 부동산 버블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경기부양과 버블 잉태라는 양날 위에서 위험한 칼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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