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차 ‘오피러스’는 오늘부터 누구든 사용해라. 1호차는 직원차다.” 조진영(46ㆍ사진) 한국HD방송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월 14일 취임 하자마자 속칭 ‘1호차’인 사장 업무용차를 전 직원들에게 개방했다. “현장이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였다. 사장실 문에는 작은 유리창을 내 언제든지 직원들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조사장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녹였다. 스카이라이프 영업본부 대구지사와 남부지사장 재직시절 최하위권이던 이들 지사를 수위(首位)권으로 끌어올렸던 힘의 근원이 바로 사람에게 있더라는 것이다. “수천만원씩 쓰는 카드나 첨단제품인 휴대폰들이 가판대나 방문판매로 승부가 나는게 독특한 한국문화입니다. 이런 ‘풀뿌리 영업’에서 현장직원들이야말로 재산가치 1호고, 원칙을 가진 투명경영만이 임직원들을 한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힘이죠.” 취임 후 줄기찬 인터뷰 요청에 “조용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며 거절해왔던 그에게 자신에 대한 설명부터 부탁했다. “결정직전까지는 만번은 생각하지만 일단 방향이 서면 밀고나가죠. 개인적으로 액션(action)과 연계된 사고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것 같네요.” 그는 “실패한 사람과 성공한 사람의 차이는 결국 ‘했느냐’ ‘않했느냐’로 귀결되더라”고도 했다. 남부지사장 재직시절 북한 개성공단에 스카이라이프를 넣자고 한 것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고, 현실화시켰다. 6개월만에 입을 연 이유에 대해서는 “이제 비로소 회사가 가야될 길을 찾아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길을 찾아낸 걸까. 조사장은 10년 후 한국HD방송㈜의 미래모습을 ‘M-HDPP’ ‘M-Platform’ ‘M-Business’ 등 ‘3M’으로 제시했다. 알파벳 M은 ‘Multi‘의 약자. HD분야의 MPP(PP를 여러 개 운영하는 회사), 위성방송은 물론 케이블TV, IPTV 등 각종 플랫폼에 모두 채널을 공급하는 사업자, 방송관련 부가 비즈니스 개척자로 탈바꿈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6개월간 ‘조용하게’ 회사 경영의 큰 틀을 바꿔놓을 몇몇 가시적인 성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이런 구도아래서라고 했다. 우선 HD프로그램 판매채널의 다각화. 그간 ‘Sky HD’란 채널이름으로 모회사인 스카이라이프채널 300번을 통해서만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HD방송프로그램들을 케이블TV가입자에게도 제공키로 전격 결정했다. ‘HD One’이라는 별도의 케이블TV 전용채널을 만들었고, 케이블TV를 통한 서비스는 현재 초읽기 상태. ‘스카이 HD’와 ‘HD one’이라는 2개채널을 보유함으로써 MPP(multiple program provider)로 진입하는 첫 신호탄도 쐈다. KT IPTV(인터넷TV)인 ‘메가TV’의 HD프로그램 제작과 포스트프로덕션 사업물량도 공개입찰을 통해 따냈고, ‘미국 플레이보이 HD’에 대한 국내 판권확보 계약도 최근 어렵게 성사시켰다. 특히 모회사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케이블TV에 HD전용채널을 공급키로 한 것은 방송시장에서는 ‘뜻밖의 시도’로 보고 있다. “시청자를 중심에 두고 내린 결정이죠. HD방송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 모회사 스카이라이프에게도 힘이 될 것입니다.” 한국HD방송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한국디지털위성방송)가 모(母)회사로 4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4년 2월 국내에서 첫 24시간 HD방송만을 위한 프로그램제작과 프로그램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돼 세상에 나왔지만 사실 그간 경영상황은 썩 좋은 편은 못했다. “딱 반발짝만 앞서갔어야 됐는데 시장보다 두발이상 앞서 나갔다”는게 방송가의 평가였다. 하지만 조사장은 “이제 비로소 한번 해볼만한 시점이 됐다”고 했다. 제도적, 기술적인 변화가 꿈틀대고 있는 현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고화질의 HD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국내 디지털TV 수상기 보급률이 25%고, 정확히 5년 뒤인 2012년 아날로그방송이 중단되고 디지털로 전환되는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임박해 있는거죠. 국내 HD방송 선도 사업자로서의 한국HD방송㈜의 잠재력이 지금부터 몇 년간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입니다.” 조사장은 “한국HD방송이 현재 긴박한 사업스케줄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HD시장의 전환기에 열정을 가진 한 경영자와 직원들이 어떻게 시원스러운 결과물을 내놓게 될 지 한번 지켜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최고의 HD미디어사업자로 키워보겠다”고 말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방통 이론·실무 겸비 하이브리드형 방송산업계가 조진영 사장의 취임 후 한국HD방송㈜의 진로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 조진영'의 독특한 이력과도 관련돼 있다. 90년 KT로 첫발을 디딘 뒤 11년간 근무중 경영연구소, 경영전략실, 위성사업단, 뉴미디어사업단, 인터넷사업단을 거치면서 위성과 인터넷시장의 생리를 체득했다. 2001년 스카이라이프로 옮겨 마케팅본부와 경영본부, 영업본부, 콘텐츠본부 등에 근무하면서 방송계의 생태계를 몸으로 체득했다. 한국HD방송 사장 취임직전 스카이라이프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전체 PP(채널사용사업자)들을 총괄 관리했다. 96년에는 방송학 박사학위까지 따내 통신과 방송, 그리고 방ㆍ통융합영역은 물론 난해한 이론과 복잡하게 얽힌 현장 실무를 겸비한 '하이브리드형 경영자'로 입지를 닦아왔다. 조사장은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단점에 대해 "성격이 급해 머리속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액션과 연결시키려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살아오면서 이 성격 때문에 뜻밖에 선의의 피해자도 생길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고, 요즘에는 급한 성격과 적절히 타협점을 만들어가면서 윈ㆍ윈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도 했다. 입으로 나온 발언들을 그대로 받아쳐 기사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워딩(wording)'이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력 ▦61년 강릉생 ▦84년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졸업(86년 언론정보학 석사, 96년 신문방송학 박사) ▦1990년~2001년 KT(경영전략실, 위성사업단, 뉴미디어사업단, 인터넷사업단) ▦2001년~2007년 한국디지털위성방송㈜ (마케팅본부, 경영본부, 영업본부, 콘텐츠본부) ▦2007년 2월 한국HD방송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