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주도하는 내용을 담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다. 용산개발의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은 물론 시행사인 드림허브PFV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민간출자사에는 단순 지분투자자 자격만 주는 방안이다.
코레일은 특히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민간출자사들이 21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는 한편 4월1일까지 확약서를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이 방안이 받아들여지면 최종 파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자금지원을 한다는 것이 코레일 방침이다. 사실상의 '최후 통첩'인 셈이다.
코레일은 15일 코레일 서울 사옥에서 드림허브 30개 출자사가 모인 가운데 용산개발사업대책회의를 열고 '용산사업 정상화 방안'을 담은 제안서를 발표했다.
제안서에 따르면 우선 코레일은 민간출자사에 사업협약과 계획의 전면수정을 요청했다. 수권자본금을 현재 1조4,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늘리고 '특별대책팀'을 꾸려 세부적인 사업계획을 작성하기로 했다.
특히 현재 3명인 드림허브PFV의 코레일 이사 수를 5명으로 늘리고 SH공사도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대신 7명인 민간출자사 이사 수는 4명으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코레일과 SH공사가 과반수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공영개발 전환인 셈이다.
또 AMC인 용산역세권개발 역시 신규 주관사를 영입하기 전까지 이사 전원의 추천권을 부여해 달라는 것이 이날 코레일의 요구다.
건설투자자(CI)에는 시공물량에 대한 기득권 포기를 요구했다. 현재 '코스트&피(일정 이윤 이외의 추가 비용을 공사비에 포함하는 발주방식)' 방식의 발주기준을 변경하고 전체의 20%인 건설투자자 물량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한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되 나머지는 공개경쟁입찰로 진행하겠다는 것이 코레일 측 주장이다. 삼성물산의 랜드마크타워 시공권 반납도 이날 제안에 공식으로 포함됐다.
코레일은 민간출자사들이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사업정상화까지 필요한 2,600억원을 전환사채(CB) 제3자 인수 방식으로 매입해 지원하기로 했다. 또 디폴트의 원인이 된 2조4,167억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의 원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부담하고 차환 발행시 필요한 반환확약서를 제공하기로 했다. 향후 발생할 금융비용을 코레일이 전액 부담하겠다는 의미다.
코레일은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도 요청했다. 6월까지 서부이촌동 주민 의견을 조사하고 이 결과에 따라 개발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했다.
코레일의 이번 제안은 사실상 민간출자사들이 이끌어가던 용산개발사업을 코레일과 서울시 주도로 개편하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분석된다.
코레일은 출자사 전원이 이번 안에 동의할 경우 22일 코레일 이사회를 열어 계획을 승인할 계획이다. 이견 없이 진행될 경우 코레일은 다음달 3일 자금지원을 승인하고 이후 유동화 자금 2조4,167억원의 차환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출자사 관계자는 "코레일 요구대로라면 민간출자사는 사실상 단순 투자자로 전락하고 사업결정권은 박탈당하는 셈"이라며 "어느 정도의 기득권 포기는 검토할 수 있지만 기존 코레일 주장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