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조이야기] 74년 패륜아들 죽인 아버지 무죄판결

"폭행당한 정당방위" 첫 판례패륜범들이 날로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부모를 폭행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등 가정윤리를 뿌리 채 흔들고 있는 패륜아 들의 범죄행위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무능하다고 꾸짖는 어머니를 목졸라 숨지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모(24)씨는어머니 김모(58)씨가 "생활능력도 없으면서 신용카드만 쓴다"고 나무라자 홧김에 어머니를 살해했다. 한씨는 어머니를 살해하고도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강간범의 소행인 것처럼 옷을 벗겨 놓는 등 경찰에 위장신고까지 했다. 또 박모(32ㆍ요리사)씨는 용돈을 달라고 하는 아버지(58)를 발로 차 넘어뜨린 후 둔기로 얼굴을 수 십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그의 살해 동기는 힘들게 일하고 퇴근했는데 아버지가 용돈을 안 준다며 욕을 해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이 같은 반인륜적인 범죄가 연일 발생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0년대 패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했으나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아내 우리사회를 좀먹는 패륜아에 대한 경종을 울려준 사례가 있었다. 평소에도 자주 부모에게 팽패를 부린 아들 강모(21)씨는 어느날 만취상태로 집에 돌아온 뒤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내술 한잔 먹어라"라고 하고 소주병을 아버지 입에 들어 부으면서 밥상을 차 엎는 등 행동을 보였다. 강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버지의 멱살을 잡아 당기고 다시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나와서 행패를 부렸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칼을 빼앗고 아버지를 피신 시켰으나 아들이 계속 따라가면서 행패를 부렸다. 참고 있던 아버지는 굶주린 늑대처럼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아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자신의 주먹이 아들의 머리를 스치는 순간 아들은 힘없이 넘어지면서 두개골 파열상으로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결국 검찰에 살인죄로 기소됐다. 그는 아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행동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대구지법과 대구고법은 아버지에게 살인죄를 적용, 유죄를 인정했다. 아버지는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자신의 정당방위를 눈물로 호소했다. 대법원은 74년 5월14일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 자판(自判)하면서 정당방위를 인정,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재판장은 홍순엽 대법관이 맡았으며, 민문기ㆍ임항준ㆍ안병수대법관이 관여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른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자식으로부터 인륜상 용납할 수 없는 폭언과 함께 폭행을 가하려는 피해자를 1회 구타한 행위는 피고인의 신체에 대한법익뿐 아니라 아버지로서의 신분에 대한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행위다"면서"아버지로서는 아들에게 일격을 가하지 않을 수 없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정당방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대법원은 매우 이례적으로 아버지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한 첫 사례의 판례를 창출시켰다. 윤종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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