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천년을 여는 한국골퍼] 3. 김미현

김미현은 밝은 웃음속에 간간이 특유의 오기와 집념을 내비치며 『2년생 징크스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올시즌 선전을 다짐했다.지난 5일 플로리다주 리스버그 벨라비스타 골프장내 별장식 주택에서 만난 김미현은 겉모습은 그 나이또래의 발랄한 아가씨 그대로였다. 헐렁한 회색 니트티셔츠에 힙합 청바지,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엄마와 수다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 20대 초반의 평범한 외동딸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아침운동을 마친뒤 라운드에 나서는 김미현은 30~40대 중견골퍼들과 겨뤄도 전혀 밀리지 않는 정상급 프로골퍼로 변해 최근 올랜도시내에서 1시간 거리인 이 곳에 집을 마련한 김미현은 집 앞 골프장에서 아침 조깅부터 라운드, 스윙점검, 스트레칭까지 모든 연습을 하고 캐디 라이널이 합류한 연습라운드는 실전과 다를바 없었다. 갤러리들도 『주변에 사는 교포들, 라운드하러 오신 분들, 현지인 등이 매일 라운드때마다 따라 다닌다』는 김미현은 『연습이지만 팬들이 지켜보면 긴장감이 생기고 실전처럼 느껴져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교포이며 벨라비스타골프장 주인인 해리 김씨는 김미현의 연습라운드를 따라 돌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일일이 챙겼고, 앞 팀 플레이가 늦으면 패스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연습라운드중 김미현은 『팬들이 메이저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김 프로는 가장 큰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이 탐나지만 뒤모리에 클래식도 욕심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1라운드에서 6오버파를 쳐 컷오프 탈락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3언더파로 공동 6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것이 내심 「인연이 있다」는 생각을 만든듯 했다. 지난해보다 동계훈련량을 줄였다는 김미현은 매일 아침 일찍 조깅과 체력훈련 등으로 몸을 푼 뒤 9~10시 사이 라운드를 시작했다. 작년말까지는 27홀씩 라운드를 했지만 올해 들어서면서부터는 18홀만 돈다. 오후에는 드라이빙레인지에서 간단히 스윙을 점검하고 저녁에 스트레칭으로 다시 몸을 풀었다. 『코치를 선정할 생각은 없다. 대부분 오버스윙을 지적하지만 손목이 꺾이는 것도 아니고 몸에 무리가 오는 것도 아니고, 몸통회전도 충분히 되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는 것이 김미현 프로의 생각. 최근 만난 몇몇 유명 티칭 프로들이 『체격에 맞는 스윙이다. 고칠 필요 없다』고 말해 자신의 스윙에 대해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프로는 『스윙 교정보다는 코스적응에 더 주력할 방침이다. 아버지가 대회때마다 꼼꼼하게 기록한 코스 특성과 미스 샷 등을 토대로 참가대회와 공략법을 세우면 어렵지 않게 지난해보다 승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미현은 『박세리에 대한 경쟁의식은 없다. 나는 김미현일뿐, 내 스타일의 골프를 하겠다』고 밝혔다. 때론 집 뒤쪽 호수에서 낚시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김미현은 최근 두가지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컴퓨터와 운전이다. 지난달 13일 오빠(김민석씨)가 올랜도로 오면서 사 온 노트북 컴퓨터로 통신하는데 흠뻑 빠졌고, 12월23일 운전면허를 따 미리 사둔 검은색 스포츠 카를 모는 재미에 또 빠진 것이다. 김미현은 『두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독수리타법이라 느리긴 하지만 팬들의 성원에 답할 때는 피곤이 싹 사라진다』고 재미있어했다. 컴퓨터로 골프게임도 한다는 김 프로는 『평소 퍼팅이 짧은 경우가 많았는데 컴퓨터 오락을 할 때 과감하게 퍼팅하다보니 실제 퍼팅도 좋아졌다』며 아마추어골퍼도 컴퓨터 골프게임을 즐겨보라고 권했다. 연습을 마친뒤 클럽하우스에 들른 김미현은 인사하기가 바빴다. 대부분 은퇴한 노인들인 골프장내에 사는 주민들은 김미현을 친 딸, 또는 손녀처럼 귀여워했고 김미현은 특유의 미소와 밝은 표정으로 그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김진영기자/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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