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유력 대권 후보인 정동영 상임고문이 새 의장이 되면서 열린우리당은 ‘집권 연장’을 위한 전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시험무대는 100일 앞으로 다가온 5ㆍ31 지방선거. 지방선거에서 예상밖의 성과를 거둘 경우 ‘정동영호’는 일단 순항의 닻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전패 또는 1석 정도의 초라한 성적표를 낸다면 정 의장의 2007년 대선가도엔 치명적인 오점이 된다.
신임 정 의장이 19일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대구 방문을 택한 것도 지방선거에 대한 ‘올인’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18일 정 의장은 당의장 수락연설에서 “적절한 시기에 고 전 총리를 만나겠다”며 “고 전 총리가 참여정부 초대 총리로서 우리당과 협력할 수 있다면 우리당에 큰 힘이 되고 고 전 총리에게도 영광이 될 것”이라고 말해 고건 전 총리 영입작업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은 또 강금실 전 법무장관 영입 문제와 관련, “2월초 저녁을 하면서 장시간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눴다”면서 “강 전 장관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입 추진 의지를 보였다.
전대 경선과정에서 계파별 분열 양상이 드러났다는 점도 정동영호가 시급히 해결할 과제다. 계파 분열이 선거 전략에 따른 정치공학적 측면이 강했지만, 일단 깊게 패인 골을 다시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당내 대권후보로서‘당권파 책임론’으로 정 의장을 맹공하며 2위를 차지한 김근태 최고위원이 5ㆍ31 지방선거 등의 정치일정을 거치면서 절치부심,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점도 정 의장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정 의장의 승리에 가리워지긴 했지만 김 최고위원과 사실상 연대했던 김두관 최고위원이 3위를 차지, 재야파도 지지세력을 확인한 상태다. 특히 김 최고위원이 경선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범민주세력 대연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건 전 총리와 강금실 전 장관 영입을 놓고 정-김간에 줄다리기가 벌어지며 내분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정 의장 진영은 당의 저력을 내세우며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면서도 일단 당직 개편 과정에서 재야파 인사를 영입, 관계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대에서 김부겸ㆍ김영춘ㆍ임종석 등 40대 기수론을 표방하고 나선 후보 3명이 모두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임종석 후보의 고배에 대해서는 ‘짝짓기’ 구도의 ‘희생양’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전대협 의장 출신 다운 열정과 감성적 연설에 더해 대중성까지 과시하면서 차세대 정치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