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비자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라”

■브랜드마스터스 낸시 F. 코엔 지음/ 세종서적 펴냄 브랜드는 현대 기업들의 경영에 있어 불가사의한 존재다. 브랜드 자체는 아무것도 창출해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브랜드 하나만으로 상품의 가치가 수십배, 수백배씩 올라가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비슷한 품질의 제품이라도 어제는 실패한 상품이 됐다가도 브랜드 포장만 잘하면 오늘은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는 신비한 영약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전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물건이 없어 못파는 시대가 아니라 물건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시장 수요가 이를 따라오지 못해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급과잉 시대에 있어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리는 것은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그들의 지속적인 구매 형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에서 경영 및 경제사 전문가로서 `경영자 자본주의의 도래`를 강의하고 있는 낸시 F 코엔은 `브랜드 마스터스`에서 산업혁명기인 18세기에서 21세기까지 시장에 먹혀드는 브랜드 창출에 성공한 여섯명의 경영자들의 브랜드 전략을 분석, 소개했다.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성공한 브랜드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는 웨지우드(1730~1795), H.하인즈(1844~1919), 마셜 필드(1834~1906), 에스티 로더(1908~현재), 하워드 슐츠(1953~현재), 마이클 델(1965~현재)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웨지우드는 경영에 관한 초보적인 개념조차없던 18세기 중엽에 영국의 도자기 산업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린 기적을 창출했다. 그는 당시로서는 흉내낼 수 없는 고급 도자기들을 영국의 여왕과 유럽의 귀족들에게 선물하고 그들의 입소문을 발판으로 유럽의 중산층을 주고객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평소에도 귀족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평생 그들과 교류하면서 시장 유지에 주력했다는 면에서 귀족 마케팅의 원조로 불린다. 하인즈는 20세기 자본주의의 본바닥이라 할 미국에서 본격적이고 창조적인 브랜드 전략을 시도한 최초의 경영자로 평가된다. 오늘날 미국 최대의 식품가공업체로 성장한 하인즈그룹의 창시자인 그는 당시 돌로 밀가루를 만들던 업계의 관행을 깨고 식품 품질규제 법안을 도입하는 데 적극 나서기도 했다. 그는 홍보마차 도입, 전광탑과 전시관 설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 개최 등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마셜 필드는 초기 미국의 유통업계에서 최초로 백화점의 브랜드를 창조한 브랜드 전략가이다. 불량제품에 대한 책임을 물건을 잘못 산 고객들에게 떠 넘기던 당시의 관행을 타파하고 고객 우선의 경영방침을 확립했다. 다른 업체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환불제를 최초로 도입한 것도 그의 업적이다. 에스티 로더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한 미용사에서 시작해 가장 귀족적인 제품을 만드는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의 경영자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지금도 열혈 세일즈 우먼이자 상품개발 담당자로 일선을 누빈다. 충분한 샘플 공급, 판매장에서의 수준높은 서비스는 막대한 돈을 들인 광고로부터 얻는 간접적인 환상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아워드 슐츠는 미국 커피산업이 몰락 일로를 걷던 80년대 초반 입소문을 타는 커피를 만들어 성공한 경영자이다. 스타벅스(일명 `별다방`)란 이름으로 전세계에 매장을 넓히고 있는 이 기업은 기존의 대량판매를 목적으로 한 미국식 기업들과는 다소 구별된다. 탁월한 품질, 사랑방같은 카페 체험이 스타 벅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이자 슐츠의 경영 신조다. 마이클 델은 어려서부터 장삿속이 밝은 사업가 기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약관의 나이에 컴퓨터 공룡 IBM의 아성을 깨고 업계의 새 리더로 부상하게 된 것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개인용 PC의 보급에 착안했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은 제품을 잘 만드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기초한다. 저자는 이들 6인의 브랜드 경영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신의 제품에 대한 개인적인 깊은 체험 ▲ 시장을 통한 고객과의 지속적인 대화 ▲고객을 가르치려 하지않고 그들을 통해 배우는 자세 등이라고 강조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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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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