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글로벌마켓 인사이드] 일본 증시 움직이는 '고래'… GPIF 다음은 유초은행?

유초은행 "기업공개 성공 위해 수익성 높이자"

초저금리 국채 팔고 주식비중 확대 가능성 커져

"외국인 세력과 공방 여전… 증시 예측 불허" 지적도



지금까지 도쿄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 일역을 담당해 온 일본 공적연금(GPIF)의 투자 포트폴리오 개편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GPIF의 뒤를 이을 증시의 새로운 '큰 손'으로 일본 우정그룹 산하의 유초은행이 주목받고 있다. 총 운용자산 206조5,000억엔에 달하는 유초은행은 올 가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 유치를 위해 최대한 수익성 제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채 보유비중이 50%에 육박하는 유초은행이 초저금리의 국채를 매각하고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일 경우 일본 증시는 또 하나의 버팀목을 갖게 되는 셈이다.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증시의 투자자들이 지난해부터 시장을 움직이는 '고래'로 불리던 GPIF에 이어 유초은행이라는 새로운 고래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초은행은 올 6월 말 현재 200조엔 이상의 운용자산 가운데 101조6,000억엔을 국채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국내 주식 보유액은 9억엔으로 미미하다. 지금까지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를 위해 사들인 일본 국채의 상당 부분을 대 왔던 GPIF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있는데다 아베 정권에 힘을 실어줬던 일본의 증시호황에 제동이 걸린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 산하의 유초은행이 GPIF의 뒤를 따라 국채를 일본은행에 팔고 주식투자 비중을 늘릴 개연성은 크다.


총 운용자산 144조엔인 GPIF는 1년 전 50%이던 국채 비중을 현재 38%까지 줄이고 국내 증시 비중은 17%에서 23%로 높였다. 개편의 최종 목표치는 국채 35%, 국내와 해외 주식이 각각 25%로 2~3%포인트의 추가 조정만을 남겨놓고 있다. 도쿄 소재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오사키 슈이치 전략가는 "GPIF가 내놓은 대규모 국채를 일본은행이 재빨리 사들였다"며 "GPIF에 이어 유초은행도 국채를 팔지 않으면 일본은행은 양적완화를 지속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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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4%에 못 미치는 반면 도쿄 증시의 토픽스지수는 최근의 증시 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사이 14%의 상승률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IPO 성공을 위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유초은행은 자연스레 국내 증시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JP모건 애셋 매니지먼트의 시게미 요시노리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IPO를 앞둔 시점에서 은행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수익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투자자나 정부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GPIF를 비롯한 기존의 '큰 손'들의 실탄도 아직은 떨어지지 않은 상태다. GPIF의 주식 대량 매입이 끝나가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에도 불구, 최근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일본 증시의 충격을 최소화한 것은 GPIF를 필두로 한 '고래' 들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6일과 이달 2일 닛케이평균지수 1만8,000포인트가 일시적으로 깨진 순간마다 2~3마리의 고래들, 즉 GPIF와 공제조합 등 큰 손 기관들이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고 전했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면 금액 기준으로 상정하는 보유 일본 주식의 비중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는 GPIF와 다른 연기금의 추가 투자 여력이 발생한다는 점도 일본 증시 폭락을 막는 요인이 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거액의 헤지펀드들이 시장을 뒤흔들고 장기 해외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리스크 회피에 나설 경우 일본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 이들 '고래'의 힘만 믿고 일본 증시의 앞날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2~3개 기관의 공적자금이 2,000억엔 가량의 주식 매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지난 2일에도 일본 증시가 약세장으로 마감된 것이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닛케이지수 1만8,000선이 고래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방위선'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1만8,000 선을 사이에 두고 고래와 외국인 세력간 공방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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