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붕괴? 존속?… 신용강등·국채 차환에 달려

출범 10년 유로존 앞날은<br>佛등 최고등급 국가들 강등땐 돈 마련 어렵고<br>伊, 국채차환에 실패하면 금융시장도 대혼란<br>"붕괴 불가피" "위상 높아질것" 회의·긍정론 공존


"출범 10주년을 맞은 유로존은 아파서 생일 파티를 할 수 없는 10세 소년과 같습니다." 독일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도로테아 짐스는 최근 독일 일간지 벨트에 기고한 글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현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2012년 1월1일로 출범 10년째를 맞은 유로존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음을 표현한 것이다. 출범 초기 유럽연합(EU) 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유로존은 이후 EU 5개국이 추가로 참여했고 이들이 공식화폐로 채택한 유로화가 앞으로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붕괴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휘청거리고 있다. ◇붕괴냐 존속이냐, 유로존의 운명은=전문가들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유로존 국가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여부 ▦2~4월에 만기 집중된 유로존 국채 처리 ▦4월 프랑스 대선 결과 등이 유로존의 운명을 가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ㆍ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연말 잇따라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프랑스 등 최고등급 'AAA'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갈 경우 재정위기 국가를 지원할 자금마련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 최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구제금융 마지노선인 7%를 오르내리고 있는 이탈리아가 새해 2~4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 차환에 실패한다면 유로존 국채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마스 마이어는 "유로존이 단일통화권으로 남을지 여부는 이탈리아에 달렸다"고 말했다. 유럽 내부에서도 유로존 축소 내지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부정적인 전망과 유로화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다소 희망 찬 예측이 공존한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유로존 붕괴에 대비한 비상계획까지 세운 상태다. 유로존이 붕괴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영국으로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폭등해 영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유럽이 성장의 공식을 찾지 못하면 유로를 구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존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12월 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신(新)재정협약이 실시되면 유로존 국가 간 재정통합이 가속화되고 더 나아가 정치적 통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짐스도 "동유럽 국가들이 유로존 참여를 희망하고 있으며 여기에 남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인 개혁에 나설 경우 유로의 전성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유로 강세가 위기 불러=출범 당시 유로존은 문화ㆍ역사ㆍ정치ㆍ경제가 다른 국가에 속한 수억명의 인구가 같은 화폐를 쓴다는 점에서 '인류 최초의 실험'으로 불렸다. 유로존 국민들은 역내 국가로 여행을 가도 환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고 기업들은 환거래 비용이 급감했다. 유로존 국가 간 무역량도 대폭 늘어나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도입 이후 10년 동안 유로화를 채택한 국가는 17개국으로 늘었고 사용인구는 3억3,200여만명에 달하게 됐다. 국제적으로도 유로화는 올해 상반기 기준 세계 외환보유액의 26.6%, 국제 외환거래 총액의 약 20%를 차지하면서 미국 달러화에 이은 제2의 국제준비통화로 자리잡았다. 오래지 않아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까지 나왔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도 출범 이후 상당 기간 상승곡선을 탔다. 1999년 1월1일 은행 및 기업 간 결제수단으로 출범했을 당시 1유로당 1.18달러였던 환율은 2년여 만에 0.82달러까지 내려앉았지만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2008년 7월 1.6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 유로존을 옥죄고 있는 재정위기는 이 같은 유로화 강세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한 유로화를 믿고 각국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2009년 그리스에서 재정위기가 시작되며 이를 기점으로 유로화 가치는 하락했다. 지난달 29일 유럽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장중 한때 1.2859달러까지 내려가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일본 엔화 대비 가치는 2001년 6월 이후 10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며 1유로당 100엔 붕괴 위험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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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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