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양극화가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소외주가 약진할 것인가.`
외국인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일부 대형주만 오르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이 같은 장세가 지속될 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외국인 외에는 이렇다 할 매수세가 없는 만큼 주가 차별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앞으로는 그 동안 소외됐던 중소형주의 반등이 예상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후자를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선호하는 종목의 경우 오를 만큼 올랐다는 논리에다 외국인 매수강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10월 마지막 장인 31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3.58포인트(0.46%) 내린 782.36포인트로 마쳤다. 이날도 외국인만 사들이는 전형적인 외국인 장세였다.
외국인이 2,780여 억원어치나 순매수했지만 프로그램 매물을 중심으로 한 기관과 개인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5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대형주와 중형주의 하락 속에 개인선호주인 소형주는 강세를 보여 소외주의 부각 가능성을 나타냈다. 또 월초보다 월말지수가 크게 높은 장대 양봉을 그리며 마감돼 추가상승의 기대감을 높였다.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11월에는 800선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주도 장세, 대표주만 간다”=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외국인만 주식을 사들일 뿐 기관과 개인 등 국내 투자자들은 매도세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11월에도 이어져 대표주만 강세를 보이는 차별화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표주 강세는 특히 수출관련 IT(정보통신)주 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내수주는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란 진단이다. 이는 수출경기와 내수경기가 양극화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 10월 29일 발표된 9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수출 증가에 힘입어 생산지표가 호조를 보였으나 도소매 판매액은 7개월째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은 수출 관련 기술주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내수주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개인들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어 중소형주의 소외현상은 불가피할 것이란 진단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나 삼성SDI 등 외국인이 선호하는 수출관련 대형 IT들의 시세가 연속성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은행 등 금융주를 비롯한 내수 관련주들의 상승세는 단기에 그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양극화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현재 미국의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4주연속 순유입세를 기록하는 등 외국인 수급 여건이 아직 탄탄한 점도 외국인 매수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김선조 브릿지증권 연구원은 “내부 유동성 보강 지연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수 강화에 따라서는 800선 이상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대체주를 찾기 보다는 수출 호전으로 실적 개선이 뚜렷해지고 있는 외국인 선호 종목군에 편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소외주 반등가능성, 틈새주를 찾아라”=아직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에 그치고 있지만 점차 호소력을 얻어가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소형주들은 최근들어 종합주가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탄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소외주 반등의 근거로 외국인의 매수강도 약화가능성을 꼽고 있다.국내 증시에 선행하는 매매흐름을 보이는 타이완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세가 최근 줄어들고 있는 점이 심상치 않은 징조라는 지적이다. 조용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형 펀드의 현금 자산 비율이 사상 최저 수준인 4%로 떨어져 실탄 부족을 염두에 둔 외국인이 11월에는 매도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그 동안 많이 올랐던 종목이 다소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공산도 있기 때문에 개별 종목 가운데 그동안 소외된 우량주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이다. 조연구원은 “그동안 증시를 외면했던 개인과 기관 매수세가 재개될 경우 개별 종목의 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 연동되며 국내 시장이 추가 상승을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물량 소화 국면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외국인이 산다고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종목별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