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규제개혁 성공열쇠는 '숨은규제 혁파'


류철호 법제관



75세 이상 어르신(의료수급권자)의 치과 임플란트 시술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가 지난 7월부터 실시되고 있다. 이 제도는 법령이 아니라 '행정규칙' 중 하나인 보건복지부 고시에 있다. 이러한 행정규칙은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에서 법령 못지않게 국민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행정규칙이 이처럼 적잖은 영향력을 가졌지만 그동안에는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고 만들어져왔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관리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부터 규제개혁을 국정의 중심에 두면서 '좋은 행정규칙'을 만들고 잘 관리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선결과제가 됐고 선진 법치국가로 가는 데도 관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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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권리·의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규제는 법령에 담아야 하지만 하위에 있는 행정규칙에다 법령에 없는 규제를 신설하거나 법령보다 규제를 강화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이 대표적인 '숨은 규제'다. 숨은 규제는 필요한 규제조차 적용되는 전체적 모습을 파악하기 어렵게 해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정부 규제개혁 성공의 열쇠가 숨은 규제를 정비하는 데 있는 이유다. 법제처는 올해 국무조정실과 함께 행정규칙에 숨어 있는 규제를 찾아내 정비하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낡고 불합리한 사항을 개선해나가는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그 예로 허가신청시 공무원이 직접 확인해야 할 서류를 민원인에게 제출하도록 한 것을 고치거나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고시 등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것도 고쳐나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정규칙 정비는 각 부처가 행정규칙을 만들어 시행한 후 이뤄져 잘못된 행정규칙 때문에 국민과 기업이 피해를 당한 다음에 정비되는 한계가 있다. 잘못된 행정규칙이 시행되기 전에 걸러낼 장치가 절실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고시 등 행정규칙에 규제가 있는 경우 미리 법제처 검토를 거치도록 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행정규제기본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숨은 규제로 국민과 기업이 애꿎은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공무원이 행정규칙을 만들 때 제대로 준비해 법치를 바로 세우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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