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을 거듭하다 극적 합의를 이끌어낸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향후 남북관계의 좌표를 새로이 정립하고 한미·한중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실을 거뒀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도발-대화-보상-도발 등으로 이어지는 전략을 구사하며 남북 간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던 북한을 겨냥해서는 '도발에는 관용 없다'는 굳건한 원칙을 세우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미 합동훈련 등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일궈냈으며 한중 우호관계를 활용해 북한의 행동을 제약하는 결과도 얻어냈다. 결국 이번 협상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위기 순간에 빛난 박 대통령의 원칙=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굴하지 않았다. 북한이 도발을 하면 대화를 제안하고 보상을 줬던 이전 정부의 전철을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무력대결 위기감이 고조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우리 군을 향해 "북한이 도발을 하면 선조치를 하고 후에 보고하라"고 엄중하게 지시했다. 북한이 '총'을 쏘면 우리는 '대포'로 응전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서둘러 제안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25일 이번 협상 타결의 의미에 대해 "국민의 안위가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끌고 가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북한이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중단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흔들림 없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회담에 임했다"고 말했다. '원칙'이 '위협'을 이겼다는 설명이다.
◇향후 대북관계 주도권 확보=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를 일관되게 주장했고 북한은 유감 표명을 했다. 비무장지대(DMZ)에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협상의 가장 큰 성과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북한의 추가적인 무력도발을 억제해나가면서 남북 간 협상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한층 강화했고 협상에서는 이니셔티브를 쥐게 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번 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김양건 노동당 당비서를 협상 파트너로 지정했지만 우리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파트너로 불러들였고 결국 북한은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한미동맹·한중협력 위력 발휘=박 대통령의 열강외교가 이번 협상에서 결실을 봤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시켰고 한중협력은 북한이 대결에서 대화 모드로 방향을 트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합동훈련과 군사적 위용은 무력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의지'가 허세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박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결정된 전승절 70주년을 앞둔 중국은 '이벤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북한의 전면전 도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남남갈등이 일어나지 않고 국민들이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인 것도 의미가 크다. 앞으로 북한이 인위적으로 위기국면을 조성하더라도 내부 분열이나 분란 없이 더욱 강경하게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