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분당·일산 물량 자금부담 적어 '역수혜' 강세<br>전세값 급등따라 일부 '매입'으로 방향 선회 영향도
|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강화하면서 자금부담이 덜한 서울 강북권, 수도권 신도시의 소형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소형 아파트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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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아파트 매물은 씨가 말랐습니다." (분당 서현동 롯데공인 관계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지난 7일부터 서울 및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 가운데 70㎡형 미만(10평 대) 소형아파트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 정부가 꺼내든 대출제한 카드가 6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의 매수 수요를 억누르자 상대적으로 자금부담이 덜한 저가 아파트 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서울ㆍ수도권 전세값이 급등하면서 일부 전세 수요자가 소형 아파트 매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집값이 꿈틀대는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소형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서울 강북권과 경기 분당ㆍ일산신도시 등이다. 이들 지역은 2기신도시로 분류되는 동탄이나 용인에 비해 소형아파트의 비중이 높고 재건축과 같은 개발 호재도 없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 왔지만 DTI 규제로 인해 도리어 '역수혜'를 입고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지난 2006년 DTI를 첫 적용했을 때 소형 주택의 집값만 크게 뛰었던 현상이 다시 한 번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분당 서현동 시범한양 39㎡형의 매도호가는 1억7,000만~1억8,000만원 선으로 DTI 확대 적용 이후 도리어 500만~1,000만원 가량 올랐다. 이 아파트의 전세값은 8,500만~9,000만원 선. 나머지 비용(9,000만원)을 모두 은행에서 빌린다고 가정하더라도 연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대출제한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서현동 하나로공인 관계자는 "중대형 매물에는 매수문의가 뚝 끊겼지만 작은 물건은 찾는 사람이 꾸준하다"며 "집주인들이 먼저 나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일산 대화동 풍림아파트 62㎡형(호가 1억7,000만~1억8,000만원) 역시 DTI 적용 후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고 서울 광진구 화양동 현대아파트 79㎡형도 지난달보다 1,000만원 가량 오른 3억5,000만~3억7,0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이 아파트 112㎡형이 약보합세로 돌아선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소형 아파트가 많은 서울 강북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 56㎡형의 경우 2억2,000만원 선이던 매도 호가가 최근 2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이 주택형의 전세값은 8,000만~9,000만원 선. 상계동 우리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규모가 작을수록 매매가와 전세값의 차이가 작아 '전세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에 나서기 용이하다"며 "대출총액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작은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계주공11단지 56㎡형(2억3,000만원)과 102㎡형(4억5,000만원)을 비교하면 매매가 차이는 2억2,000만원이나 벌어지지만 전세값은 각각 8,000만원, 1억6,000만원으로 그 차이가 8,000만원 가량에 불과하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세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돈을 조금 더 보태서 아예 작은 아파트를 사겠다는 매수 문의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