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지속, 자본잠식 등 부실경영에 시달렸던 전통 제조회사들이 정보통신(IT) 기업을 인수해 주력사업을 바꾸면서 제2의 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무리한 사업확장과 시설투자로 자본이 잠식되면서 법정관리를 겪기도 했지만 감자와 유상증자, 인원과 사업부 구조조정 등을 거치고 IT 분야로 전환하면서 기업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수출용 산업포장재(FIBC)를 생산하는 케이아이티비(대표 한동훈)는 바이오사업 등 무리한 사업확장이 화근이 되어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고 2001년 화의신청을 해야만 했다. 이어 경영정상화를 꾀해 10대1 감자와 327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면서 자본잠식에서 탈피하는 성과를 얻었다. 또 양방향TV 솔루션업체인 잇츠티비가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양사간 지분맞교환을 실시하면서 잇츠티비 지분 97%를 보유하고 IT 비중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한 사장은 “일본 회사와 지난해 560만달러 규모의 셋톱박스 및 토털솔루션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이룸사에 800만달러의 정보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IT 사업비중이 30% 가량이었지만 올해는 최소 70% 이상으로 끌어올려 정보통신회사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방가구 업체인 인테크(대표 민순기)도 같은 케이스. 이 회사는 이전에 동양토털이라는 사명으로 알려졌으며 2000년 자본이 90% 잠식되면서 부실기업의 오명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KTB구조조정조합이 출자에 나서고 80% 감자와 사업부 정리에 잇따라 나서면서 2001년 자본잠식에서 탈피했다. 기존 가구사업과 함께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기 위해 호텔정보화 업체인 매지넷을 대상으로 88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지넷 지분 90% 이상을 인수하면서 자회사 편입에 성공했다. 매지넷은 현재 14개국 25개 도시, 400여개 호텔, 13만개 객실에 정보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국내 특급호텔의 90%에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니트젠테크놀로지스(대표 김장원)는 이전 사명이 개나리벽지였으며 99년부터 2001년까지 연속적자를 보이는 등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지난해 5월 기존 주력사업이었던 벽지 분야를 분할하는 대신 지문인식 및 인증 솔루션업체인 니트젠과 포괄적 주식교환에 나서 100% 지분을 확보했다. 국내 증권사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잇따라 공급하는 등 활발한 영업활동을 전개하며서 IT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전통 제조업체들이 IT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우회등록을 지원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 업체들이 시너지효과를 나타낸다면 기업 체질개선에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