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中 가파른 임금상승에 현지 한국기업도 '몸살'

공장 가동 멈추고… 사업 아예 접고…<br>집세 보조까지 요구…부담 '눈덩이'<br>광둥성 등 인력난 심해 명절 떡값·상여금으로 직원들 마음 추스르기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공장가동을 중단하거나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아예 사업을 정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중국 남부 광둥성 포산의 혼다자동자 부품업체 파업을 계기로 사회 소득불균형 개선과 내수진작을 위해 공회(公會ㆍ노조) 활성화를 통한 임금인상 등 근로자 복지 향상을 적극 독려함에 따라 근로자 처우 및 노조 문제가 중요한 경영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광둥성 주장삼각주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임금인상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자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자기업의 임금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양상이다. 광둥성 광저우에서 10년째 가구부품 공장을 운영해온 한 사업가는 16일 "광둥성의 외자기업은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기존 근로자를 잡기 위해 최근 임금을 30%가량 인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임금인상은 물론 집세보조 등 복지개선 요구를 끊임없이 들고 나와 인력관리 비용이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광저우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윤호중(48)씨는 "광둥성 정부가 올 들어 최저임금을 25% 올렸지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는 노동자를 구할 수 없다"며 "잔업수당이 없더라도 최소 월 2,000위안은 줘야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둥성 정부는 지난 5월1일부터 최저임금을 기존보다 25% 인상한 1,030위안으로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중국 근로자들이 높은 집값 등으로 생활비 부담이 큰 광저우ㆍ선전 등 대도시를 떠나 장쑤성이나 내륙의 중소도시로 일자리를 옮기자 주장삼각주 지역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광둥성의 한 한국인 사업가는 "월급이 조금 적더라도 주거 등 생활비용이 싼 내륙의 도시로 농민공들이 옮겨가고 있다"며 "이들을 붙잡으려면 임금을 크게 올려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동 관련 비용이 눈덩이 불 듯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주장삼각주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요구는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노동정책을 자문하는 이창휘 국제노동기구(ILO) 베이징사무소 선임 자문위원은 "외자기업들이 저임 노동력에만 의지해 사업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공회라는 노조조직을 적극 활용해 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칭다오에서 의류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장영수(54) 사장은 최근 중국 진출 15년 만에 처음으로 공장가동을 멈춰야 했다. 근로자들이 임금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2박3일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약 10% 임금을 인상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공장가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장 사장은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최저 임금비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중국의 최대 강점이 '저렴한 인건비'인데 이런 메리트가 사라진다면 더 이상 이곳에서 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가파르게 치솟는 인건비 부담을 견디다 못해 사업을 아예 정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인근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국내 플라스틱 부품 가공업체는 최근 자동차부품사업 분야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로 임금을 두자릿수 이상 올렸는데 더 이상의 비용부담을 견디다 못해 사업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한 개 사업부를 접고 직원을 절반 수준인 40명으로 조정한 상태"라며 "최근 최저임금마저 올랐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큰 특근이나 잔업을 없애도록 생산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은 근로조건을 찾아 떠나는 근로자들을 잡으려면 근로자 복지 향상도 필수적이다. 이는 물론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중국 베이징 인근에 위치한 가구 생산업체는 올해 구정연휴에 처음으로 '떡값'을 현찰로 지급했다. 더욱이 60여명에 달하는 중국 근로자들의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일일이 상여금을 지급하며 직원들의 마음을 사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임금인상률은 5% 미만으로 제한하는 대신 복지를 강화해 이직사태를 막고 있다"며 "곧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직원들을 달래고 있지만 다른 경영 현안에는 신경조차 쓸 수 없을 정도로 인력관리가 힘든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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