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위기의 두 부부가 겪는 '엇갈린 사랑'<br>유머 넘치는 대사·에피소드 볼만한 로맨틱 코미디



남편이 아닌 다른 사내에게 마음이 끌려 싱숭생숭한 여인이 남편에게 묻는다. "자긴 나를 보면 여전히 가슴이 뛰어" 뜬금 없는 질문에 남편이 툭 내뱉는다. "연애 4년 그리고 결혼 3년차에 와이프 보고 가슴이 뛰면 그건 심장병이지." 죽고 못살아 결혼했든 아니면 어떻게 하다 보니 결혼까지 밀려 왔든 결혼에 이르는 모양은 가지각색. 하지만 일단 예식장을 나온 뒤 부부의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다. 적당히 재미있는 신혼을 보내고 나면 조금씩 빈틈이 생긴다. 상대가 지겨워지기도 하고 '혹시 내 짝이 평생 원해왔던 그 남자가 아닐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의심이 머리 속을 비집고 들어오기도 한다.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위기에 빠진 두 부부의 엇갈린 사랑을 그렸다. 일 밖에 모르는 젊은 건설회사 사장 영준(이동건)과 조명 디자이너인 부인 소여(한채영)는 결혼 전은 물론 결혼 이후에도 단 한번 뜨거워 본 적이 없는 부부. 반면 유머 넘치는 호텔리어 민재(박용우)와 패션 컨설턴트 유나(엄정화)는 연애 4년에 결혼 3년이란 세월의 무게를 비웃는 알콩 달콩 친구 같은 커플이다. 친구의 와인바 개업 행사장에서 만난 두 부부들은 말 그대로 운명의 장난에 휘말린다. 무뚝뚝한 남편에 지친 소여는 자상한 남자 민재에게 끌리고 억척녀 유나는 화끈한 남자 영준에게 꽂힌다. 뻔한 주제지만 과연 두 커플의 종말이 어찌 될까 하는 궁금증 탓에 스크린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다. 꽁꽁 감춰져 있던 두 커플의 애정 행각이 드러나는 찰나 기가 막힌 해프닝이 벌어진다. 동시에 물에 빠진 아내와 연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의 손을 잡을 것인가.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유머 넘친 대사가 두 부부의 일탈을 꽤나 그럴 듯 하게 그려냈지만 결국 불륜이라는 꼬리표를 뗄 순 없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은근 슬쩍 파국에 대한 해답을 관객에로 돌렸다. 평범한 3류 멜로 드라마로 끝나버릴 수 있는 소재를 매력적인 로맨틱 코미디로 마무리한 잘 짜인 대본의 힘이 빛난다. 18세 이상 관람가.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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