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경영진 연봉 삭감 및 성과연동형 임직원 임금체계 강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금융지주·은행들에 대해 정밀 실태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각종 부실과 실적부진으로 지난해 10월께 임원 연봉의 10~30%를 깎겠다는 의중을 내비쳤지만 파문이 가라앉자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까지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지방은행 1곳만 지켰다니 질책이 무리는 아니다.
금감원이 운영 중인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에 비춰도 금융회사들의 임금체계에는 문제가 있다. 규준에 따르면 재무성과가 목표에 미달하거나 손실이 발생한 경우 변동보상(성과급)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금감원이 지난해 금융지주사·은행·보험사 등 65개 금융회사를 점검한 결과 영업실적이 나빠졌는데도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는 오히려 늘었다. 총보수가 10억원 이상인 28개사 CEO의 평균 보수는 금융지주 21억원, 보험 20억원, 은행 19억원으로 일반직원 평균 봉급의 22~26배나 됐다. 모범규준이 엉성한 탓이다. 금감원은 권고사항 정도인 모범규준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처럼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 한해 경영진 보수가 일반직원 급여의 10배, 성과급은 기본급의 3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모색할 만하다.
다만 모든 금융회사에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문제가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과 그렇지 않은 은행을 구별해야 마땅하다.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금융회사 임금체계 개편이 손쉽지 않다는 점이다. 노사협의와 이사회 의결도 거쳐야 하는 만큼 시기심 어린 여론을 등에 업은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실적이 좋은 우량 금융회사의 임금체계를 마치 마녀사냥하듯이 흔든다면 관치 논란을 부추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