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각하는 갈대의 패배/산업1부 허두영(기자의 눈)

마침내 「생각하는 갈대」는 「생각하는 기계」에 졌다. 세계 체스 챔피언인 러시아의 게리 카스파로프는 11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열린 6번째 대국에서 IBM의 「딥 블루」에 져서 「1승 2패 3무」로 무릎을 꿇었다.딥 블루(DEEP BLUE)는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를 연상시키는 「빅 블루」(BIG BLUE·IBM의 애칭)가 개발한 체스 전용 프로그램을 가진 슈퍼컴퓨터의 이름이다. 딥 블루는 IBM이 전미 체스 챔피언의 조언을 받아 8년만에 완성한 것으로 지난 1백년간 열린 주요 대국을 모두 기억하고 있고 1초에 2억가지의 행마법을 검토할 수 있다. 카스파로프의 패배는 인간의 패배라고 해석할 수 있다. 「1승 1패 3무」에 이어지는 마지막 대국을 앞두고 그는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 심리적인 불안이 승부의 방향을 좌우한 것이다. 심리적인 불안에서 카스파로프는 「컴퓨터처럼」 지나치게 방어적인 행마로 일관했다. 방어적인 행마는 컴퓨터의 주특기다. 그래서 그는 평생의 대국에서 가장 짧은 불과 19수만에 돌을 던졌다. 그는 믿을 수 없는 결과에 격분한 듯 판을 뒤엎었다. 이어 그는 기자회견에서 『진짜 대결을 다시 가진다면 박살낼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고 『나는 완전히 탈진했다』고 자인했다. 지금까지는 컴퓨터가 인간에게 도전했지만 지금부터는 인간이 컴퓨터에 도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적어도 체스에서 앞으로 인간은 컴퓨터에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이번 패배로 인간은 앞으로 컴퓨터에 도전할 때 필요한 작전을 하나 알게 됐다. 그것은 불안(자신)을 극복하고 공격(창조)적인 행마를 펼쳐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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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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