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3위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술탄 빈 나사르 알-수와이디(사진) UAE 중앙은행 총재는 3일(현지시각)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1년 후에도 UAE는 페그제를 고수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고정환율제와는 무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이라고 설명했다. 알-수와디 총재는 또 “충분한 숙고기간을 거친 뒤 이 같은 결정에 이르렀다”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달러약세로 인한 수입비용 상승을 이유로 달러페그제 폐지를 주장한 이후 중동의 회원국들 사이에서 환율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특히 앞서 5월에 쿠웨이트가 달러페그제를 전격 포기한 것이 이 같은 논란을 가열시켰다. 이에 대해 알-수와디 총재는 “쿠웨이트가 페그제 포기 이후에도 9월 물가상승률이 6.2%로 사상최고치에 달했다”며 “이는 인플레의 원인이 통화정책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반론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UAE의 이번 방침 뒤에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와 달러화 기반의 원유거래 등을 고려한 계산이 깔려있다고 해석했다. 런던 BNP파리바의 한 애널리스트는 “걸프 산유국들이 달러페그제를 포기하면 달러가치가 더욱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막대한 오일달러를 쥐고 있는 산유국들에도 좋을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사우디아라비아등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UAE의 지난해 평균 물가상승률은 9.8%에 달했다. 최근 달러약세로 UAE의 디르함화는 10년만에 최고치로 오른 달러당 3.58디르함이다. 이는 스팟가격에 2.8% 프리미엄이 더해진 것이다. 디르함화는 달러당 3.67디르함에 고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