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사는 못 믿는다’
중국고섬이 원주상장거래소인 싱가포르거래소(SGX)에서 거래정지 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중국상장사들에 대한 ‘차이나디스카운트’우려가 재점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중국고섬은 장이 열리지 마자 매물이 쏟아지면서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하한가로 떨어졌다. 1시간 동안의 거래량은 전날 하루 거래량의 3배에 달했다. 오전 10시에 한국거래소(KRX)는 ‘원주시장인 싱가포르에서의 매매거래정지’를 사유로 중국고섬의 거래를 정지했다.
중국고섬은 21일 싱가포르증시에서 전날보다 24% 하락했고 SGX는 중국고섬에 주가급락에 대한 사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고섬은 사유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22일에 9시간 동안 거래를 정지해 줄 것을 SGX에 요청했고 이에 따라 싱가포르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싱가포르증시는 우리나라와 달리 하루 가격제한폭이 없어서 22일 폭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중국고섬에서 나타난 경영ㆍ회계 상의 문제는 없지만 투자자들은 지난해 연합과기와 중국원양자원 등 국내 상장 중국기업 사이에서 불거졌던 ‘차이나디스카운트’ 우려를 떠올리며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인터넷 주식포털에는 “중국회사는 못 믿겠다”는 글들이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정미영 KRX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3팀장은 “중국고섬에 대해 왜 싱가포르에서 주가가 급락했는지 조회공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KRX가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KRX에 따르면 중국고섬이 싱가포르거래소에 거래 정지를 요청한 시간은 전날인 21일 우리시간으로 오후 6시 32분이다. 대부분의 국내 투자자들은 우리 증시에서 중국고섬의 거래가 정지된 22일 오전 10시까지 무려 15시간 넘도록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이미 중국고섬의 주식은 싱가포르에서의 거래정지 소식이 퍼지면서 하한가를 기록 중이었다. 한 투자자는 “그전에 거래정지 시킬 수 있는데 왜 하한가에서 거래정지를 시켰는지 알 수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KRX의 고위관계자는 “상장사가 자율공시를 하지 않으면 원주상장거래소에서 어떤 시장조치를 받았는지 알 수 없는 현 상황은 문제가 있다”며 “일단 싱가포르거래소(SGX)와 화풍집단의 원주가 상장돼 있는 홍콩거래소에도 협조를 구할 예정이고 앞으로 KRX에 상장하는 DR의 원주상장거래소에 계속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