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IMF총재와 사카키바라 재무관

미셸 캉드쉬 IMF 총재가 내년 2월 사임한다. 캉드쉬 총재는 프랑스의 수재 관료 출신답게 일처리는 깔끔했으나 어딘지 차가운 인상을 준다. 97년 아시아 통화파동 당시 IMF 자금지원을 받는 나라들을 논리적으로 몰아붙이는 자세에서 특히 그랬다.IMF 총재 자리는 미국과 유럽이 타협해 앉히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번엔 일본이 나섰다. 일본의 경제력으로 보아 한번 나설 차례가 됐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유네스코 사무총장 자리를 차지했다. 일본이 IMF 총재 후보로 내세운 인물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原英資) 전 재무관. 일본 대장성 재무관은 차관급으로서 대외 통화교섭과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사카키바라는 해박한 전문지식과 국제적 인맥을 바탕으로 지난 몇년간 큰 활약을 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엔화시세가 움직이기 때문에「미스터 엔」이라고 불린다. 사카키바라는 원래 대장성의 주류가 아니었다. 대장성 엘리트 코스라 할 수 있는 주계국(예산국)을 거치지 않았고 초년병 시절을 IMF 근무와 유학으로 대부분 해외에서 보냈다. 또 말을 직선적으로 해 몇번 말썽을 일으켰는데 지난해엔 국회 출석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며 드러내놓고 불평하다가 국회에서 호되게 당하기도 했다. 만약 아시아 통화파동 같은 사태가 없었더라면 벌써 대장성을 쫓겨났을 거라는 소리도 있다. 사실 한때는 대학교수 생활을 하기도 하고 국회 출마도 생각했다. 좀 이색적인 관료다. 올해 7월 재무관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고는 일본 게이오(慶應)대학교수로 있다. 게이오 대학은 시내 중심지에다 연구소를 차려서 그가 독자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때 해외 유명대학에서도 초빙교수로 데려가려 했으나 일본에서 장래를 위해 국내에 붙잡아 놓은 것이다. 한국의 전직 관료나 전문가들이 전문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10월 도쿄에 출장 갔을 때 사무실로 찾아가 만난 적이 있는데 한국금융 사정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하곤 일본 경제는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면서 국제 무대에서 일을 해보면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최근 일본의 수험과목이 줄어 수학, 역사를 모르는 학생이 많아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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