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과 시장점유율에서 한국에 밀려있던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이 30나노급 D램을 비롯한 최첨단공정에 역량을 집중하며 글로벌 반도체시장 장악에 재시동을 걸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한국과의 가격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은 최첨단 미세화 제품을 양산함으로써 '삼성의 허를 찌르는 틈새전략'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D램시장 세계 3위인 엘피다가 내년 3월 말까지 히로시마(廣島)공장과 대만공장에서 회로선폭 30㎚(1나노=10억분의1미터) 이하의 최첨단 제품 생산비중을 6월말 의 15%에서 내년 3월말에는 7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현재 글로벌 D램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의 경우 최첨단제품 생산 비율이 50% 정도로 일러야 오는 12월에 25나노미터 제품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엘피다가 올해 안에는 최첨단제품 비율 면에서 삼성을 앞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피다는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25나노미터 개발에 성공했으며, 공정 면에서는 현 제품을 최첨단제품 양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종전의 3분의 1~4분의 1 수준으로 억제했다. 이에 따라 엘피다는 한국이나 대만 등 경쟁국 업체들보다 낮은 가격에 최첨단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낸드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도 최첨단 시장을 재탈환하기 위한 일본 기업의 공략이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시장 2위 기업인 도시바는 이달 중순부터 24나노미터, 19나노미터 등 최첨단제품으로 생산을 특화시킨 욧카이치(四日市)공장의 신공장을 가동시킬 예정이다. 신공장 가동을 계기로 도시바는 지금까지 미미한 수준에 그쳤던 최첨단제품 생산 비중을 오는 9월에는 단숨에 60%까지 높이게 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도시바는 지금까지도 미세화 기술개발 면에서는 글로벌 업계를 주도해 왔지만, 이번 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생산량 면에서도 한국과 미국 등 경쟁기업들을 따돌리면서 우위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를 합친 세계 시장규모는 총 5조엔 규모지만, PC시장 둔화로 지금까지 연간 20~30%에 달했던 제품 가격 하락세에 올해는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법인세와 인건비, 전력비용 부담에 엔고까지 겹치는 등 가격경쟁에서 불리한 여건에 직면한 일본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내세운 최첨단제품을 시장에 조기 투입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로 인식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메모리분야 1위인 삼성전자는 제품 양산을 위한 설비투자를 자제하는 대신 시스템 LSI(대규모집적회로) 위탁생산 사업에 경영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다"면서 "일본 기업의 최첨단반도체 양산 가속화는 반도체사업의 구조전환에 나선 삼성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지금까지 일본기업은 반도체 미세화 경쟁에서 삼성전자에 뒤처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 최첨단제품을 시장에 조기 투입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이나 서버 등 제품 개발 정보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 제품 공동개발 안건이나 대형수주를 따내기도 유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