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남영선 ㈜한화 사장

"정책 일관성 있어야 '스피드 경영' 가능"<br>세종시 수정안 부결따라 국방미래기술 硏 설립 등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br>글로벌 시장 진출 위해선 기술력 향상이 가장 시급



"기업은 미래를 예측해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전략수립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기업은 '스피드 경영'을 하기 어려워지고 (투자) 시기를 놓칠 경우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남영선(57) ㈜한화 사장은 9개월간 끌어오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정부의 세종시 정책이 기업에 끼친 영향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한화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안에 국방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기술력 향상을 향한 남 사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체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결국 국회에서 부결돼 원안으로 가게 됐습니다. ㈜한화를 포함해 한화그룹의 세종시 입주 계획에도 변화가 있나요. ▦㈜한화를 포함해 한화케미칼ㆍ한화L&C 등 각 계열사들은 세종시에 연구소ㆍ태양광 설비 등을 입주시킬 예정이었지만 수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세종시 입주계획은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를 전제로 했기 때문이지요. 최근 플러스 알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실체를 모르겠고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유치를 원한다고 하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습니다.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할 사안입니다. -이제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계획은 있는지요. ▦국방미래기술연구소는 ㈜한화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연구소인 만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수한 인력이 수도권 인근에 밀집돼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아직 대안을 확정하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의 변화를 살펴가며 결정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의 방위산업 수준을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한다면 어느 단계에 올라와 있나요.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약 70% 정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기술품질원이 기술향상과 품질관리에 많은 노력을 해온 결과입니다. 하지만 국내 방산업계의 수출비중은 해외 무기 거래규모의 1.5%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세계적인 수준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국내 시장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작아 기업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요. 해외시장을 어떻게 공략하고 있나요. ▦동남아ㆍ중동ㆍ아프리카 등에서 수출 실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 지역은 최근 몇 년 사이 축적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지역의 맹주로 부상하기 위해 방산투자를 늘리고 있어 신흥시장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저는 시장공략을 위해 지난 3월 리비아와 이집트를 직접 방문했고 6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수교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중동 지역은 완제품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플랜트 수출 등 다양한 수요가 있어 현지 투자와 공장운영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K2 전차, K9 자주포, T50 고등훈련기 등 고부가가치 첨단제품이 수출되는 지역에도 패키지 방식으로 참여해 진출하고 있습니다. -중동지역이 방위산업의 블루오션인 셈이네요. 한화는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까. ▦㈜한화는 로켓탄(필리핀ㆍUAE) 등 기존 제품뿐만 아니라 추진장약플랜트(이집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화약 복합플랜트(리비아) 등 대규모 사업을 중동에서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과 함께 패키지 방식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지 플랜트 수출은 상당히 고무적인데요. 이집트 추진장약플랜트 사업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이집트의 군현대화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155㎜ 자주포에 들어가는 탄약을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내년에 완료될 예정입니다. 이 사업은 한화가 지난 60여년간 축적한 경험을 해외에서 처음으로 인정받은 계기가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집트와 다양한 형태의 사업도 협의하고 있고 다른 국가로의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는 모습인데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연초부터 주문하고 있는 글로벌화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한화의 글로벌 전략은 무엇인지요. ▦산업용 화약사업은 중장기적으로 해외 현지생산을 통해 시장확대를 추진하고 기계항공사업도 아산사업장 준공 이후 수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 무역 부문도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인도네시아ㆍ멕시코 등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산 부문은 올해 초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화가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보이는데요. ▦맞습니다. ㈜한화의 신성장동력은 바로 글로벌화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한화의 가치를 높여 해외로 뻗어나가는 것이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세종시에 미래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려고 했던 것도 기술력 향상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위산업에서 기술개발의 성과는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끈기 있게 투자해야 합니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가 핵심기술을 제외한 일반 기술개발을 기업에 이전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기술개발에 시간이 그렇게 걸린다면 인수합병(M&A)을 통한 빠른 기술력 확보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그래서 해외기업 M&A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산 분야에서의 M&A는 자칫하면 국가안보 문제로 직결돼 국가 간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M&A 역시 단기간에 성사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최근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제가 시행되면서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한화는 모범적인 노사관계로 정평이 나 있는데요. 비결이 무엇인가요. ▦노사관계의 핵심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조가 사측을 이해하고 사측도 노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사측이 먼저 노조의 어려운 점을 생각하고 나서는 게 중요합니다. ㈜한화는 매년 전국 모든 사업장에서 제가 직접 참석해 경영설명회를 엽니다. 실적은 물론 중장기 계획까지 발표해 임직원 모두가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죠. 공통된 목표를 모든 직원들이 가지면 그만큼 동력이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올 하반기 경제전망이 불확실합니다. 경영에 끼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한화는 올 상반기 당초 목표보다 3~4%를 초과한 실적을 올려 올해 경영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반기는 좀 걱정스럽습니다. 건설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고 정부가 출구전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지난 5월부터 주요 화학제품의 가격도 급락하고 있습니다. 가격하락 현상이 플라스틱 제품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5년째 ㈜한화 화학부문을 이끌고 계십니다. 한화그룹의 모태인 ㈜한화의 최고경영자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재임하는 동안 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한화는 한화그룹의 모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이 기술력 향상과 글로벌화라고 생각합니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놓는다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약력 ▦1953년 충남 당진 ▦1971년 배재고 ▦1978년 연세대 행정학과 ▦1978년 한국프라스틱 입사 ▦1997년 한화종합화학 여천공장 지원부문장 ▦1999년 한화종합화학 상재사업부장 ▦2003년 한화 구조조정본부 홍보팀장 ▦2004년 ㈜한화/화약 사업총괄 담당 ▦2005년 ㈜한화/화약 대표이사 사장
대표적 홍보맨 출신… 내부 소통 중시

■남영선 사장은 남영선㈜한화 사장은 한화그룹의 대표적인 '홍보맨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지난 2003년 3월 구조조정본부(현재 경영기획실) 홍보팀장(상무)을 맡으면서그룹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당시 대한생명을 인수한 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온몸을 던지는 열정으로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남 사장은 바로 다음해 ㈜한화의 화약사업 총괄 사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당시 50대초반의 젊은 사장이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유명한 한화그룹 사장에 발탁된 것은 파격이었다. 남 사장은 ㈜한화 사장에 취임한후에도 그룹에 큰일이 있을때는 여전히 그룹을 대변하는 '입'역할을 해왔다. 세종시문제와 관련해 한화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그가 맡았다. 한화그룹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역할을맡았던 것이다. 남사장은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못지않게 내부 소통을 중시 여긴다. 그는 특히 직원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감은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해주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남사장은 또한 평소 "일의 경중을 따지기에 앞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사소하고 가치 없는 일로 보일지라도 본인의 수고로 다른 동료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그로 인해 조직의 업무 효율성이 올라간다면 그 일은 누군가 해야 할 꼭 필요한 일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룹의 궂은 일을도맡아 처리하는 CEO로 안팎에서 평가받고 있다.회사의 한 관계자는"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이미지로 임직원들을 대하기 때문에 노조와도 강력한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조직 내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강화함으로써 일의 효율성도 높이는 능력을 가진 CEO"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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