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2일]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SetSectionName(); [기자의 눈/5월2일]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사회부 김홍길 기자 what@sed.co.kr 지난달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는 검찰이나 언론은 모두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이 오전8시 봉하마을을 출발할 때부터 다음날인 5월1일 오전2시10분 검찰 청사를 나설 때까지 긴 하루를 보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9시간에 걸쳐 조사하느라 지친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도 새벽부터 16시간을 따라다니느라 힘든 하루를 보냈다. 특히 검찰의 어설픈 브리핑으로 기자들에게는 더욱 피곤한 하루였다. 30일 오후10시.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세 번째 브리핑에서 몇 가지로 말문을 연 뒤 곧바로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대질 이야기를 꺼냈다. "대질 부문은 11시께 시작될 것 같다"고 밝힌 것이다. 이때까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다" "맞다" 또는 "기억에 없다"며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의 대질 여부는 상당한 뉴스거리였다. 검찰이 이런 민감한 사안을 왜 스스로 먼저 밝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큰 기사라는 생각에 의구심은 이내 묻히고 말았다. 그런데 이후부터가 문제였다. 기자들은 두 사람의 대질을 기정사실화해 기사를 송고했는데 한참 뒤인 11시40분쯤 홍 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이 거부해 대질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했다. 기자실은 난리가 났다. 일부 신문사는 윤전기(신문 인쇄기)를 멈추고 기사를 교체하느라 한밤중에 큰 소동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문사는 이미 인쇄돼 배달된 신문을 회수할 수 없었다. 일부 지역에 '노 전 대통령-박연차 대질'이라는 내용의 신문이 독자에게 배달되는 중대한 사고가 난 것이다. 검찰 브리핑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수사 기사였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기사를 작성해야 했다는 지적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검찰이 대질 당사자의 충분한 의견도 묻지 않고 언론에 일방적으로 대질 계획을 발표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1일에는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박 회장도 대질을 원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전날 발표한 것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박 회장의 600만달러에 대한 진실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또 다른 진실공방을 만들어 스스로 혹을 만들고 있다. 검찰의 이날 행동은 아마추어라는 지적을 받았던 노무현 정권과 비슷해 씁쓸하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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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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